나흘 전 벌어진 독일 베를린 트럭 테러 용의자가 23일 새벽(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에서 이탈리아 경찰에 사살됨에 따라 성탄을 앞두고 불안감에 떨던 유럽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19t 트럭으로 공격한 뒤 도주, 전 유럽에 지명 수배령이 내려진 용의자인 아니스 암리(24)를 멈춰 세워 유럽을 긴장에서 해방시킨 주인공은 경찰에 투신한 지 9개월 밖에 안된 20대 신출내기 경찰 루카 스카타(29)였다.
시칠리아 출신으로 9개월 전 경찰 시험에 통과한 뒤 정식 배치를 앞두고 3개월 전부터 밀라노에서 수습 경찰로 임무를 수행하던 스카타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지명 수배자를 처치하고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됐다.
그는 이날 동료 크리스티안 모비오(36)와 짝을 이뤄 사건 현장인 밀라노 근교 세스토 산 지오반니의 역사 앞을 순찰하던 중, 새벽 시간에 배회하던 암리를 수상히 여겨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암리는 욕설을 뱉으며 총을 꺼내 발사했고, 이 총에 동료 모비오가 어깨를 맞고 비틀거렸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스카타는 반사적으로 총을 꺼내 암리의 가슴팍을 겨눴고, 첫 발을 정확히 암리의 가슴에 명중시켜 그의 숨통을 끊어놨다.
스카타의 기민한 대처가 없었다면 두 경찰관은 용의자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고, 용의자는 또 다시 어둠을 틈타 종적을 감추며 더 큰 테러를 저지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두 경찰관에게는 각계, 각지에서 칭찬이 쇄도하고 있다.
프란코 가브리엘리 이탈리아 경찰청장은 "그들의 직업정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용의자를 놓치고 가슴을 졸이던 베를린 경찰은 이탈리아 경찰에게 사의를 전하며 다친 경찰의 쾌유를 빌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두 경찰관의 "눈에 띄는 용기와 직업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마르코 민니티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두 명의 젊은 경찰들이 탁월한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공동체를 구했다"며 "이탈리아는 그들 덕분에 좀 더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됐다"고 감사를 표현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이탈리아 경찰력은 세계 일류"라는 글을 남겼다.
용의자의 총격으로 어깨에 경상을 입은 스카타의 동료 모비오도 동료의 침착한 대처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용의자가 재킷에서 총을 꺼내 나를 쏘는 즉시 스카타가 대응 사격을 했다"며 "내 동료의 행위는 아주 모범적이었다"고 말했다.
스카타 경찰의 페이스북에도 전 세계에서 답지한 칭찬 메시지로 봇물을 이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루카 스카타: 세계적인 영웅', '루카 스카타에게 메달을 주자'는 계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졸지에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된 스카타는 베를린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 직후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안사통신에 따르면 스카타의 어머니는 "경찰이 되는 것은 그의 꿈이었다"며 "우리는 걱정하면서도 그를 지지해줬다. 그는 강인하고, 단호한 아이로 이번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스카타의 아버지는 "아들이 살아있는 것에 신께 감사한다"고 안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