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를 안은 산모가 찾아와 우는 거예요. 눈물을 흘리며 도와달라고 붙잡는데 어찌나 안쓰럽던지…"
지난달 청주시 청원구 한 주민센터에 허름한 옷차림의 20대 여성이 들어왔다.
포대기로 꽁꽁 두른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이 여성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도와주세요. 제발" 이 한마디를 하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들은 이 여성의 사연은 딱하기만 했다.
출산한 지 3일밖에 안 된 산모였다.
인적 상황을 파악해 보니 지적장애 3급으로 등록된 여성이었다.
출산 전까지 지인의 집에 머물렀으나 아이를 낳으면서 더는 그 집에 갈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얼마 전 이혼한 남편은 교도소에 갇혀 있다.
수중에 가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 여성은 도움을 청할 가족도 없는 처지였다.
이 주민센터는 이 여성을 쉼터로 안내한 뒤 긴급복지 예산을 활용, 60만원의 해산비를 지원했다.
분유와 기저귀, 신생아 용품, 생활용품, 김치, 쌀도 가져다 줬다.
가장이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치는 바람에 곤경에 빠진 가정도 있다.
40대 김모씨는 지난 4월 결혼했다.
출산을 앞둔 배우자와 70대 노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형편이 빠듯한 탓에 낮에는 육가공 업체에서 일하고 저녁 때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투잡'을 하며 성실하게 생활했다.
불행이 찾아온 것은 지난 6월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던 중 승용차와 충돌하며 긴급 수술을 받았다.
무려 전치 16주의 진단이 나왔다.
청주시는 김씨가 병원 침상에 누워 있고 그 부인은 어려운 형편에 병원비 부담을 느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즉시 의료비 90여만원을 지원했다.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쌀과 기저귀는 물론 생활용품을 살 수 있도록 농협 상품권도 전달했다.
이처럼 위기에 직면한 저소득층 주민을 돕는 제도가 '긴급복지'다.
필요한 예산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한다.
빠듯한 형편에 가장이 큰 병을 얻어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등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은 가정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방임 또는 유기되거나 학대받는 경우, 주택·건물에 불이 나 생황이 곤란하게 된 경우도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이런 가정에는 재기를 돕기 위한 생계비(4인 가족 기준 113만원)와 의료비(300만원 이내)가 지원된다.
연료비(9만3천원)와 해산비(60만원), 장제비(75만원), 전기요금(50만원 이내)도 도움 받을 수 있다.
충북도는 2016년도(11월말 기준)에 총 6,983가구에(생계 3,835, 의료 987, 주거 380, 교육 및 연료·장제비 등 1,781) 41억원을 지원하여 경제적 위기가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었으며, 2017년도에도 48억원을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긴급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북도는 올해 6천983가구에 총 41억원의 복지 예산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많은 48억원을 확보, 긴급복지 지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론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4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329만원 이하여야 한다.
중위소득(439만1천434원)의 75% 이하인 경우인데, 긴급복지 지원을 받은 가정을 보면 이 정도 돈도 못 버는 경우가 태반이다.
위기 상황에 직면한 주민들에게는 긴급복지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해산비를 지원받은 여성은 "먹일 우유도 없었는데 도움을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배달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김모씨도 병원에서 퇴원한 후 주민센터를 찾아 "아이와 함께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긴급복지 제도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보건복지콜센터(☎129)나 거주지 읍·면·동 사무소로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긴급복지 제도 자체를 알지 못해 신청하지 않는다면 도움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읍·면·동 사무소에는 희망복지팀이나 맞춤형 복지팀이 꾸려져 있지만 이런 조직만으로는 관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찾아내는 게 어렵다.
충북도는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며 읍·면·동 복지 허브화를 추진 중이다.
주민들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나 이·통장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 주민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아쉽게도 이 시스템은 도내 153개 읍·면·동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2018년까지 이 시스템을 완비하겠다는 게 충북도의 계획이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42개 읍·면·동에서만 가동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위기 상황에 부닥친 이웃을 긴급하게 돕는 수준에서 지원이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절실하지만 긴급복지 지원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일도 거의 없다.
해당 가정의 소득이 4인 기준 127만3천500원 이하일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 지속적인 지원·관리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이라면 긴급복지 지원은 1회성에 그친다.
각 지자체에 설치된 복지 담당 부서와 일자리 창출 부서가 공조, 어려운 처지의 주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충북도 관계자는 "단란한 가정이 깨지지 않도록 긴급복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도움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여전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고로 인한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민·관 협력을 확대하고 일자리 지원이 가능하도록 유관 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