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탯줄을 너무 일찍 자르지 않는 것이 아기의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들을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도 마침내 받아들였습니다.
의학매체 메드페이지 등에 따르면, ACOG는 출산하고 '최소 30초~1분 뒤에' 탯줄을 자를 것을 의사들에게 권고했습니다.
이는 기존 2012년판 관련 권고와 비교하면 시간이 2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당시에도 탯줄을 출산 1~5분 뒤에 자르는 것이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었으나 ACOG는 조산아 외에 정상 신생아에게도 이롭다는 '증거가 약하다'며 기존 방침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21일 이를 개정한 것은 효과를 뒷받침할 최신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와서입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1~3분 뒤)나 학회 차원의 권고가 있는 일부 나라들에 비해선 여전히 보수적인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회 차원의 권고는 없습니다.
ACOG는 또 분만실에서 아기의 아버지가 탯줄을 자르기를 원할 경우 가급적 방해하지 말라고 이번에 권했습니다.
자궁 속에선 태반이 태아의 폐 역할을 하며, 탯줄은 영양공급을 해주는 생명선입니다.
아기는 태어난 지 몇 초 만에 스스로 폐로 호흡하게 되지만 완전히 적응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산소가 모자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탯줄을 통해 산소와 철분 등 영양이 풍부한 혈액이 직접 공급되면 아기의 철분 결핍과 빈혈 등을 예방하고 뇌 발달 정도나 면역력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결과 2분만 늦게 탯줄을 자르면 10초 이내에 자른 아기에 비해 철분량이 27~47mg 더 많이 공급됩니다.
이는 신생아 1~2개월 필요량에 해당하며, 철분 강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될 생후 6개월까지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또 각각 10초와 3분 뒤 탯줄이 잘린 아기들이 4개월 됐을 때 측정한 결과 늦게 자른 경우가 철분 수치가 더 높고 빈혈에 걸린 경우는 적다거나 생후 1년간 피로, 황달, 빠른 심장박동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도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연구팀은 4세 때 손가락 등 작은 근육을 사용해 쥐고, 쓰고, 조작하는 소근육 운동능력 등을 측정한 결과 출생 3분 뒤 탯줄이 잘린 아이들이 더 좋다고 발표한 바도 있습니다.
탯줄을 늦게 자르면 산모의 출혈 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근거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신생아에게 흔한 황달 증상이나 호흡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응급의료가 필요할 경우엔 탯줄 자르기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