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트럭 테러 발생 후 공공장소에서 CCTV 설치를 확대하는 등 테러방지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거사 반성과 함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이를 반영해 도입된 법제 때문에 대테러 노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테러 방지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CCTV 설치를 확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번 법안은 스포츠 홀, 쇼핑센터, 크리스마스 시장, 버스 터미널 등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보다 수월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CCTV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이 아니어서 독일 정부가 증가하는 지하디스트의 테러 위협에 대응하려는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안보보다는 개인의 사생활을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와 엄격한 사생활보호법이 테러와의 싸움에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묵은 지적도 재등장하고 있다.
과거 나치와 구동독 치하에서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겪었던 독일은 게슈타포와 스타시 같은 강력한 감시조직이 재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연방공화국인 독일은 정보기관이나 경찰조직을 16개 주(州)에서 분산적으로 운용해왔지만 이러한 시스템도 테러와의 전쟁에서 공동 대응을 끌어내는 데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또 공식적인 테러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연방정보국(BND)도 강력한 사생활보호법으로 인해 테러 차단을 위한 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안보연구 국장은 "역사의 무거운 그림자가 독일 정보기관의 모든 업무에 드리워져 있다"며 "역사적으로 독일은 대테러 작전 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몇몇 주에서 경찰에 대한 재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경찰의 테러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몇몇 정치인들은 급증하는 테러 위협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 내 경찰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에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경관의 몸에 보디캠을 장착하고, 경찰이 통화를 녹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이 제한하거나 통제한 것들로, 테러의 심각성을 인식한 독일이 강력했던 사생활보호법을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이절 잉크스터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국장은 "독일의 시스템은 많은 것을 조정해야 한다"며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이러한 상황에 다루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사생활에 중점을 두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테러방지조치에) 어느 정도 적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