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공동채권단과 협의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대기업 대표이사가 설정한 담보 등을 해지했다가 대출금 1천1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21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7개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34건의 위법·부당사항 등을 적발하고, 1명에 대해 면직을, 6명에 대해 정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13년 12월 3개 은행과 합동으로 경영상 위기 상태에 있었던 A기업에 3천억원을 대출해줬다.
A기업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하고 84억원 상당의 개인 자산을 담보로 거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당시 산업은행 측은 3개 은행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A기업 대표이사가 사임하면 연대보증을 면제해주고, 담보를 해지해주겠다고 구두약속을 했다.
이후 경영상 위기로 A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사임을 했고, 산업은행은 3천억원에 대한 채권보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담보 등을 해지해줬다.
하지만 A사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됐고, 결국 대출 잔액 1천170억원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기업 여신 업무 처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적발됐다.
금융권은 기업간 거래 과정에서 물건을 사들인 기업이 곧바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 은행이 대금을 대출해주는 기업 여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기업이 은행에 거래 명세를 허위로 제출해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3월 한 달 동안 5개 시중은행이 대출해 준 3조4천905억원을 표본조사한 결과 실제 거래도 하지 않은 채 대출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금액이 3천168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에서 은행 간 대출 정보가 연동되지 않아 기업이 여러 은행에 거래 내용을 증명하는 세금 계산서를 중복해서 제출한 뒤 대출을 받아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소기업은행 모 지점의 팀장 B씨는 대출 업무 등을 취급하면서 실질적으로 대표이사가 동일한 10개 기업이 실제 거래를 하지 않은 채 허위 서류를 제출해 355억원 대출을 신청했는데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B팀장은 본점으로부터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았고, 부하 직원으로부터 대출을 승인해서는 안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고, 결국 208억원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이밖에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수출 채권에 대해 단기수출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책임이 발생하는 시기도 잘못 잡아 7천9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수출보험은 기업이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은행에서 먼저 대금을 지급해주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공사가 은행에 손실을 보상해주는 등의 형태의 보험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