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담수호 군(群)인 미국 오대호에서 인명 사고와 재산 피해를 발생시켜온 돌발적 수면상승 현상이 일반적인 파도나 부진동(seiche)과 구분되는 '기상해일'(meteorological tsunami)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오대호 환경전문 매체 '그레이트 레익스 에코'가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내륙의 오대호에서 최소 30cm에서 최대 6m가 넘는 기상해일이 연 100차례 이상 관찰됐다.
연구를 주도한 애덤 비츨 박사는 기상해일을 '축소 버전의 쓰나미'(miniature version of tsunamis)라고 부르면서 "지진이 원인인 쓰나미와 달리 '뇌우'에 의해 발생하지만 파괴력이 크다. 대기압 차와 바람의 변형력에 의해 형성된 특정 유형의 파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수위를 상승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년간의 오대호 수위 변화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기상해일의 주기는 최소 5분에서 최대 1시간에 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오대호의 일반적 파도 주기는 약 10초, 부진동의 주기는 12시간 이상 지속되며 수위 변화가 기상해일에 비하면 더디다"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비츨 박사는 "기상해일은 매우 위험한 현상인데도 오대호 인근 주민들에게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오대호에서 참사를 빚은 기상해일 대부분이 큰 파도·부진동·해일 등으로 잘못 보고돼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1954년 시카고 미시간호변 몬트로즈 항구에서 낚시를 하던 7명이 물결이 거세지는 것을 보고 방파제로 걸어나오다 갑자기 덮친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사고를 기상해일의 일례로 들면서 "이런 패턴이 드물지 않게 반복 관찰된다"고 밝혔다.
2012년 5월에는 오하이오 주 매디슨의 이리호변에서 수영을 하던 3명이 갑자기 인 높은 파도에 떠밀려 호수 가운데로 800m 이상 휩쓸려 갔다가 가까스로 구조됐고, 2014년 9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 수세인트마리의 슈페리어호변에 호수물이 기습적으로 들이쳐 홍수가 나기도 했다.
비츨 박사는 기상해일의 파고는 대부분 30cm 정도이나 60cm를 넘는 경우가 1년에 5차례 이상, 간혹 3~6m에 달한다며 호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4월부터 6월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상해일은 호수 바닥이 오목한 지형, 상대적으로 물이 깊지 않은 수역에서 많이 관찰된다"며 "오대호 중에서도 미시간호수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이어 이리호, 휴런호 순"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