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자 강력 추방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즈음에 미국 주요 대도시가 불법 이민자를 위한 소송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일(현지시간) 일간지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 따르면, LA 시와 LA 카운티 정부는 전날 불법 이민자들이 추방 재판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1천만 달러(약 119억6천만 원)의 소송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LA 시가 200만 달러, LA 카운티가 300만 달러를 각각 내며 나머지 500만 달러는 자선 단체의 기부로 충당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주 최대 민영 건강관리 재단인 '캘리포니아 기부'는 'LA 정의 기금'으로 명명된 불법 이민자 추방 소송 지원 프로그램에 200만 달러를 내겠다고 했다.
시의회와 카운티 의회가 이를 승인하면 두 자치 단체는 주민의 세금으로 공적 기금을 마련해 연방 정부와 미국 의회의 반(反) 이민 정책에 맞서게 된다.
LA 시를 대변하는 마이크 퓨어 변호사는 "변호사를 선임한 이민자가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시 정부의 불법 이민자 지원 정책을 옹호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도 "지원 자금은 미성년 불법 이민 아동, 난민, 군인가족 등 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차기 트럼프 내각에 반이민 강경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이끄는 주요 대도시에서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LA 타임스와 AP 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대 1천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무력화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이번 달에 불법 이민자를 위한 '법률 보호 기금' 130만 달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드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도 불법 이민자 소송 지원 기금 150만 달러를 마련할 예정이며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정부도 LA 시·LA 카운티 정부와 보조를 맞출 생각이다.
이미 2013년 구금된 불법 이민자를 위한 관선 변호사 제도를 도입한 뉴욕 시는 지난해까지 6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했다.
관선 변호사들은 1천500명의 불법 이민자를 대변해 약 70%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주민의 세금을 불법 이민자 보호와 연방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반대하는 이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불법 이민 반대 단체 대표인 로빈 흐비드스턴은 "LA 시는 실업자, 은퇴군인, 장애인, 노인 등 미국 국민을 위해 세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이민연구센터의 사무국장인 제시카 본은 "이민 소송은 형사 재판이 아닌 민사 재판으로 어떤 미국 국민도 민사 재판에서 세금으로 마련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세금으로 충당된 불법 이민자 소송자금이 전과가 있어 반드시 추방돼야 할 불법 이민자에게도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법학전문대학원의 잉그리드 이글리 교수는 "시와 주 정부가 역사적으로 미국 국민 여부를 떠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세금을 법률 지원 기금으로 사용해왔다"면서 "불법 이민자를 위한 소송 기금 마련도 그간의 정책과 일치한다"고 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