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5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선거가 19일(현지시간) 시행된 가운데 '선거인단 반란투표'라는 이변은 없었다.
선거인단 반란투표 가능성은 텍사스 주 선거인단인 크리스토퍼 서프런이 지난 5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서프런은 트럼프가 승리한 텍사스 주에서 투표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한 두 번째 선거인단이다.
선거인단 선거는 538명의 선거인이 출신 주의 주도(州都)와 워싱턴DC에 모여 유권자들이 일반투표로 지지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형식적 절차다.
이번 선거인단 선거 결과는 연방 상원의장에게 전달되고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투표를 집계해 대통령 당선을 선포한다.
지난 8일 선거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306명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획득한 232명보다 훨씬 앞섰다.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과반 270명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보국(CIA)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메일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위해 비밀리에 협력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선이 왜곡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백악관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의혹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느냐로 모이고 있다.
이론상 트럼프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 306명 가운데 37명이 트럼프 대신 클린턴이나 제3 후보를 지지하는 반란투표에 합류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과반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의회에서 대통령을 결정하는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선거인단이 클린턴에서 이탈해 트럼프 당선인에 맞설 공화당 대안 후보를 지지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반란투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트럼프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 중 37명이 반란투표에 참여한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조지 C.
에드워드 텍사스 A&M대 정치과학 교수는 "선거인단의 99%는 당 이념에 충실한 당원들"이라며 "이들이 대거 반란투표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이날 오후 26개 주에서 선거인단 176명이 트럼프 당선인을, 93명이 클린턴 후보를 찍어 트럼프 당선인이 크게 앞섰다고 전했다.
이러한 격차는 대선 당일 각 주의 투표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선에서 반란투표를 던졌던 선거인단은 모두 157명이다.
1900년 이후 개인적 이유로 불복한 선거인단은 기권을 포함해 9명뿐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반란투표로 선거 결과를 바꾼 적도 없었고.
반란투표로 인해 기소된 선거인단도 없었다.
이들의 반란투표는 자당 후보에 대한 반대보다는 실용적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선거인단 71명은 자신의 소속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가 벌어지기 전에 사망하는 바람에 투표 대상을 바꾼 경우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해킹을 확인하면서도 "이번 해킹 사건이 정치적 논쟁거리로 변질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인단제가 과거의 유물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내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일이며, 지금은 선거인단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국민에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그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일반투표뿐만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