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동안은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투표는 없었습니다. 독일의 지방선거에서 난민 반대를 앞세운 정당이 승리했다거나, 브렉시트가 결정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난민 문제가 꼽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10월 2일 헝가리에서 난민 문제를 놓고 국민 투표가 진행됩니다. 결과에 따라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동구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난민 수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위해 유럽 각국에 난민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조치를 앞두고 각국의 신청을 받았는데, 프랑스가 그리스에서 난민 2,170명을 받겠다고 하는 등 모두 9,119명을 7월까지 자국에 받겠다고 (스위스를 포함한) 23개국이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는 아예 계획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특히 헝가리는 난민 반대 기류 때문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헝가리 정부는 유럽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난민 할당이 정당한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쳤습니다. 이 국민투표가 10월 2일 실시됩니다. 우파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진작부터 유럽연합의 난민 정책을 반대해 온 인물입니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 해 9월 난민을 막기 위해 남쪽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쪽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헝가리는 지난 해 이른바 ‘발칸 트레일’로 이용되면서 서유럽 쪽으로 가려는 난민 40만 명이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9월에는 국경을 넘던 시리아 난민을 취재 중이던 기자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은 헝가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민 담당 집행위원(EU의 장관격)인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집행위원은 “유럽연합의 회원국은 결정된 사항을 이행할 법적인 책임이 있다”며 헝가리 정부에 난민 정책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EU의 모든 사안에 대해 각국이 국민투표를 한다면 법적인 안정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10월 2일에는 또 다른 나라도 선거를 치릅니다. 역시 난민 문제가 연계된 사안입니다. 오스트리아가 대선 재선거를 치릅니다. 지난 5월 대선을 치렀지만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헌법재판소가 무효를 결정했습니다. 당시에는 녹색당의 지원을 얻은 무소속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후보가 반 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를 0.6%포인트 차이로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선거를 앞둔 여론 조사로는 호퍼 후보가 판 데어 벨렌 후보를 앞서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5월 선거 당시에도 여론조사 상으로는 호퍼 후보가 앞섰던 것으로 나타나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호퍼 후보가 당선된다면 오스트리아도 반 이민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선거에서 이민 반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이웃 폴란드도 반대 대열에 합세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과적으로 이민 문제를 놓고 독일이 주도하는 수용파와 동구권의 거부파가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EU의 단합에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를 끌어낸 한 요인이 되기도 했고, 유럽 각국에서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하는 난민 문제, 앞으로도 두고두고 유럽연합의 골머리를 앓게 할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지중해에서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선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