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분수령을 맞던 한중관계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북핵 공조에 대한 교집합 영역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9일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그간 해빙 조짐이 일던 북중관계를 다시 냉각 국면으로 되돌리는 것과 맞물려 사드 배치로 멀어지던 한국과의 관계를 다시 재조정하는 문제를 내밀하게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이 중국의 기존 안보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만한 사안은 아닌 만큼 사드 배치 반대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한국에 대한 비공식적인 보복조치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위시한 중국 지도부는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해 격노했다는 전언이 들리고 있다.
북한의 사전 통보 여부는 차치하고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점을 택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데 대해 북한을 노골적으로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국가적 자긍심을 만끽하고 있던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는 북한에 대한 분노, 좌절감과 함께 한국에 대한 '민망함'도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 명분이 훼손된 데 대해 당혹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 국가안보 차원의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한국의 논리를 보강해주고 입장을 강화해준 셈이 됐다는 것이다.
핵실험 직전 북한을 방문하고 온 중국 하얼빈(哈爾濱)학회 왕충(王沖) 부비서장은 "이번 핵실험이 동북아 긴장국면을 고조시킬 것은 틀림없다"며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한국을 더욱 긴장시켜 한국 내 사드배치 목소리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을 맹비난하면서 한국의 사드배치를 이해한다는 논조의 댓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과거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주장밖에는 없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북한의 핵위협에 '결연한 반대'를 표시한 중국 외교부의 성명이 "충분히 강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중국이 한국에 어떻게 얼굴을 들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중국내 여론과 민심이 커지고 있다.
4차 핵실험 당시만 해도 미중 대립구도를 감안한 중국의 안보전략 차원의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중국의 목소리가 더 이상 닿지 않는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례 없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내부 주장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은 기본이고 북한 노동자의 중국 유입 금지, 추가 금융제재, 원유공급의 대폭 감축 등의 양자제재 방안도 옵션에 끼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안보당국자와 접촉한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되레 한중관계가 복원될 계기를 맞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체면을 구긴 중국으로선 손을 내밀기는 힘들 것이고 대북억지력 강화 차원의 대화를 한국이 먼저 제시하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반대는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견결하게' 고수해온 입장인 만큼 이를 번복하고 사드 배치를 용인하는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주류를 이룬다.
이와 함께 중국이 여전히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강력한 제재에도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 이익과 관련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명제라는 것이다.
상하이의 한 대북 소식통은 "중국의 기본적인 대북한, 대한국 안보 관점이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며 "북한의 이번 추가 핵실험에도 중국은 사드 배치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관점을 유지할 것이고 북한 정권의 붕괴를 방치해둘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5차 핵실험에 따른 중국의 성명 내용이 이전의 성명과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중국 당국이 비공식적으로 '금한령'(禁韓令)을 통해 한류스타의 방송 출연을 금지하며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을 옥죄거나 '준법대응'을 통해 인허가 단속, 세무조사 등에서 한국에 대한 혜택을 거둬들이는 정책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최근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다) 개념을 제시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즉 사드 배치 등 이견이 있는 문제는 그대로 두고 경제 방면의 협력은 계속해나가자는 의미로 한미일 공조에 대한 우려와 견제, 한중 밀월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이 회담은 사드 문제에 대한 강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입장은 분명히 재확인하면서도 양국 관계가 파국을 치닫는 것은 제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드 이견에도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북핵 불용의 원칙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앞으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관영매체 등을 통한 반대 주장의 강도와 수위를 낮추며, 멀어져가고 있던 한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왕 부비서장은 "북한이 조성한 이번 불안 요인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에 더욱 큰 빌미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봐서 중국은 접촉, 소통, 교류를 통해 북한에 '변화'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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