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장애인들이 집단 살상당한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의 장애인 시설 '쓰구이(津久井)야마유리엔'의 입구 바깥에 만들어진 임시 추모대엔 희생자의 이름도 사진도 없이 흰 천으로 덮인 책상만 놓여 있고 추모객은 거기에 헌화하고 기도하도록 돼 있다.
`전후(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대의 살상극'으로 인해 19명이나 죽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지만, 그 희생자들의 삶에 대해선 물론 이름조차 일본에선 들리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어둠에 갇힌 일본 집단살상극의 장애인 희생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그들의 삶과 유가족의 고통스러운 상실을 추모하는" 방법이라며 "희생된 개개인의 세세한 삶을 드러내는 것은 무참하게 빼앗긴 인간성을 사람들에게 새삼 일깨워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선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물론 희생자 가족들 스스로 희생자의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거부하고, 일부는 심지어 친인척과 친구, 회사 동료들에게조차 흉이 될까 봐 자신들의 아들딸들이 장애인 시설 '쓰구이(津久井)야마유리엔'에 사는 것에 대해 입을 다물어 왔다.
일본 내에서도 장애인 가족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는 것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 권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을 하등존재로 보는 문화의 연장선에 있으며, "사망 후에도 그들을 감추는 것은 살상극의 범인을 포함해 `장애인은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무언중에 승인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교토에 있는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의 장애학 연구 초빙교수 나가세 오사무는 장애인 희생자들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 범인의 인식을 일본의 대중이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1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려면 그들의 이름이나 얼굴 없이는 안된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도교신문은 사설을 통해 "유가족의 감정은 존중해야 하지만, 우리는 희생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생명을 잃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아들을 둔 노다 세이코 참의원 의원은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감추는 것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당한 장애인 아들을 유일하게 공개하고 나선 오노 다카시는 자폐증이 있지만 소중한 자신들의 아들에 대해 세상이 더 많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다른 가족들도 희생된 아들딸들의 이름을 공개하기를 바라면서 "사람들이 장애 가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신문은 일본에서 신체적, 정신적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과 차별을 '획일적 순응주의'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의 한 파생물로 보는 해석도 전하면서, 1996년까지만 해도 법에 따라 정부가 다운증후군과 일부 형태의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비자발적인 불임시술을 할 수 있었던 사실을 지적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들을 시설에 수용하는 방식으로 고립·격리시키지 않고 일반사회에 통합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자폐증 아들을 데리고 야마유리엔의 임시 추모대를 찾은 후시타니 리사코(32.여)는 "나 같으면 아들 이름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눈물 가득히 아들을 바라보면서 "그렇지만 친척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면, 희생자 유족들의 생각이 이해된다"고 덧붙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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