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기침은 심하게 하는데 열은 많이 나지 않으니 학교에 보낼까? 학급 친구들에게 감기를 옮길 수 있으니 보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단 1회의 결석, 지각, 조퇴라도 있으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개근'으로 기록 되지 않아 나중에 상급학교 진학 때 가점을 받지 못하거나 감점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학부모로서 고민이다.
"심한 독감이 유행하는데 내가 독감에 걸린 것 같다. 출근하면 동료들에게 독감을 전염시키는 게 걱정돼 병가를 낼까 생각해보지만, 회사 사규 상 무급 병가여서 병가를 내기 꺼려진다. 몸이 아파 일하는 능률도 오르지 않을 것 같고 동료들에게 독감을 옮길까 봐 걱정돼 병가를 내더라도 성실성을 의심받아 인사고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도 걱정된다."
직장인으로서 고민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전국경제조사소(NBER)'는 유급병가제에 관한 최신 연구논문에서 유급병가를 의무화한 도시들에선 입법 후 유행성 독감이 약 5%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구 10만 명의 도시라면 1주일에 독감 환자 발생을 100명 줄여주는 효과이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환자 발생률을 더 크게 감소시킬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산했다.
연구진은 독감 관련 검색어 분석을 통해 독감 환자의 분포와 확산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독감추세(GFT)' 서비스의 2003~2015년 자료와 미국 각 도시와 주별 유급병가 도입 실적을 연결해 이러한 실증적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보편적인 유급병가제를 갖추지 않은" 미국에선 지난 10년간 치열한 논란 끝에 일부 대도시들과 주들에서 유급휴가 의무화를 도입했고, 연방 차원에서도 2013년 입법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1년에 최대 7일까지 유급휴가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는 유급병가 문제를 불평등이나 복지 관점이 아니라 공중보건 정책 측면에서 유급병가 의무화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 분야 최초의 연구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연구진은 회사를 며칠씩 쉬게 되면 수입이 적어지거나 인사고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겁내 전염성 질병에 걸렸어도 출근해 직장 동료나 고객, 민원인들에게 질병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감염성 억지 출근' 행태로 규정했다.
연구진은 특히 학교나 고객과 민원인을 많이 상대하는 회사나 기관, 보건의료 시설과 기관 등에서 '감염성 억지 출근' 행태가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부르거나 심지어 환자들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점을 지적, 공중보건 증진 관점에서 유급병가제 의무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급병가 의무화의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꾀병이나 요통 등과 같이 비전염성 질환을 이유로 자주 혹은 오래 결근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그로 인해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며, 유급휴가 비용이나 세금부담 증가로 일자리 창출이 감소해 고용 저하가 빚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세계에서 최고의 유급병가제를 가진 독일의 제도 변천 추이와 병가 자료를 분석해 유급병가 혜택의 증가나 감소가 '감염성 억지 출근'과 '비감염성 결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유급병가 때 지급하는 임금이 이전 임금의 80%로 줄어드니 전반적인 병가도 20% 줄어든 가운데, 감염성 질병 병가의 감소 폭이 요통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이유로 한 병가의 감소 폭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의 감소 폭 차이는 감염성 질병에 걸렸으면서도 수입 감소 우려 때문에 억지로 출근한 사람들로 인한 추가 감염 규모에 따라 달라졌다.
이것을 노동력 공급 관점에서 보면, 유급병가 혜택을 줄이면 꾀병 결근자가 크게 줄어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력 공급이 커지는 효과가 있지만, 전염성 억지 출근자들로 인한 추가 감염자가 늘고, 이들의 병가가 늘어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력 공급 확대의 효과가 상쇄됨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의무 병가 혜택을 줄이려 할 때 정책수립자들은 꾀병 결근자의 감소라는 단기 효과와 전염 질환의 확산으로 인한 결근자 증가라는 중기 효과 간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드 닷컴도 30일(현지시간) NBER의 이러한 연구결과를 전하면서 미국 노동자들 중 유급병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일거리가 쌓이는 게 싫거나, 상사에게 근면성을 과시하고 싶더라도, 동료들에게 세균 세례를 퍼붓지 않도록 아프면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기약을 사 먹더라도 감기약은 기침, 가래, 콧물 등 증상을 완화해줄 뿐 독감의 전염을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또 고용주 입장에서도 아픈 직원은 집에서 쉬게 하는 게 낫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파도 억지 출근하는 데 따라 회사들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연간 총 1천500억 달러(167조2천800억 원)에 이른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아픈 사람이 출근해도 생산성은 평상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집에서 쉬는 게 회복도 빠르고, 특히 다른 직장 동료들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길이며, 또 불가피한 업무가 있다면, 요즘엔 온라인 재택 근무하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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