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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바지 자르고 등목 세례…'찜통더위속 개학' 학생들 수난

경기도 수원의 A고등학교는 지난주 개학하자마자 쏟아진 학생들의 하소연에 홍역을 치렀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40분까지 26도에 맞춰 모든 교실 에어컨을 가동했는데도, 몇몇 반 학생들이 덥다고 아우성이었기 때문입니다.

확인해보니 2∼3학년 4개 교실 에어컨이 고장 나 냉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업체에 수리를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1주일 기다리세요"였습니다.

1주일 만에 수리 기사가 학교를 방문했지만, 그 사이 100명이 넘는 학생들은 찜통교실 속에서 하루 7교시 수업을 버텨야 했습니다.

지난 16일 개학한 수원의 또 다른 고등학교도 1∼3학년 9개 교실 에어컨이 갑자기 고장 나버렸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전혀 나오지 않아 오전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이 찜질방과도 같은 교실에서 부채질만 해야 했고, 쉬는 시간에는 수돗가로 나가 웃통을 벗고 등목까지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짧아지면서 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8월 중순인 17일부터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2학기 학사일정이 시작되면서 '찜통교실' 속 학생들의 수난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노후 에어컨들이 개학과 동시에 고장이 나는가 하면 오래된 학교 건물에서 아무리 에어컨을 '쌩쌩' 틀어도 교실 온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료 때문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켤 수는 없습니다.

지난 16일 개학한 울산의 한 중학교는 시간대별로 1층과 3층, 2층과 4층 교실을 번갈아 가며 에어컨을 켭니다.

이 학교 교장은 "보통 월 380만∼400만 원가량 전기료가 나오는데 에어컨을 계속 켜면 최소 60만∼70만 원은 더 나올 것 같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열악한 학교 사정에 일부 학생은 반바지 교복을 사 입거나 민소매 사복 차림으로 등교하기도 합니다.

의정부 한 중학교에 다니는 A(16)군은 아예 교복 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다리를 내놓는 게 쑥스러워서 여름용 반바지 교복을 사지 않고 긴 바지로 버틴 그였지만 올해는 견디다 못해 졸업 한 학기를 앞두고 긴 바지 교복을 반바지로 만든 것입니다.

학교 관계자들은 적정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학교 전기료 문제와 노후 시설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충북 제천의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에어컨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건물의 구조적 문제 탓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방학을 연장하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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