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의 '부당투자' 강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일기장 형식의 다이어리를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달 2일 강 전 행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강 전 행장의 다이어리를 입수했다.
강 전 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임한 2008년부터 최근 시점까지 이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중요한 약속과 회의 일정 등을 기록해 뒀다.
공식 일정 외에 비공식 접견이나 회동에 관한 내용도 기재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행장은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의 재임 기간에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특혜성 자금 지원이나 하도급을 주도록 대우조선 측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대우조선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강 전 행장의 지인이 대주주인 바이오업체 B사에 지분투자금과 연구개발 지원금 등 54억원을 투입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강 전 행장의 종친인 강모씨의 중소건설사 W사에 50억여원의 일감을 하도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의 다이어리에서 이 같은 '부당 투자'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사가 대우조선의 지분 투자를 받은 2011년 9월,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기 시작한 2012년 2월 등 유의미한 시점을 전후해 강 전 행장이 대우조선과 B사 관계자들을 접촉한 정황이 다이어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 조사를 받은 대우조선 실무자들은 "B사에 대한 투자나 W사와의 계약은 사업에 실익이 별로 없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산업은행장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행장은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B사에 대한 투자를 대우조선에 권고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이나 강압은 없었고, W사 대표 강씨에게는 오히려 비서실을 통해 "내 이름을 팔고 다니지 말라"고 호통쳤을 뿐 거래를 종용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B사 및 W사와 대우조선의 거래가 특혜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B사의 경우, 대우조선이 연구비를 지원한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기술 개발' 사업을 수행할 만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였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검찰은 B사와 W사 관계자들을 수시로 불러 특혜 거래 의혹 전반에 대해 수사한 뒤 이번 주께 강 전 행장 측과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