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일부 지자체가 지역 특산품 가격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북의 경우 지역 특산품 5개중 1개 꼴로, 전남 신안군도 10개중 1개꼴로 가격이 5만원을 넘어 김영란법에 저촉하는 것으로 조사돼 지자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 등은 이에 따라 특산물 선물세트의 포장 단위를 낮추고 가격을 내리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 특산품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도 소포장 제작에 나서는 등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 우리동네 특산물 가격 '폭풍 검색'
경북도와 전남 신안군 등 발 빠른 지자체는 지역 특산물이나 특산물 가공제품 가격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였다.
경북도는 지역농특산품 장터 '사이소'(http://www.cyso.co.kr)에 등록된 개별 특산물 상품 5천494개 가운데 1천214개가 김영란법에 저촉된 5만원 이상으로 파악했다.
신안군도 관내 농수산식품 제조사 32곳에서 생산된 상품 180종의 가격을 전수조사했다.
이중 5만원 미만은 158종, 5만원 이상은 22종(농산물 19종, 수산물 3종)으로 파악됐다.
경남도는 도내 시군 특산품 중 상당수가 김영란법 저촉 대상인 5만원이 넘는 선물세트일 것으로 봤다.
김해시 대표 특산품인 장군차는 20g 2개 들이 선물세트가 6만~7만원선으로 저촉대상이며 지역 내 축산품 선물세트는 대부분 5만원 이상이다.
울산시도 배와 한우 등 지역 특산품 생산, 유통 농가의 실태 조사를 벌여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울산배 등 과수농가와 언양과 봉계를 중심으로 한 한우 생산 및 육가공, 유통 농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울산시는 해당 실과별 실태 조사를 이번 주 중 완료하고 이르면 다음 주에 대책 수립에 나선다.
신안군 관계자 "된장 고추장 간장 제품의 경우 세트로 팔아야 하는데 세트의 가격이 대부분 5만원 이상으로 앞으로 판로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법망 피해가자…포장단위 줄이고 소포장 권장
특산품도 김영란법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 시·군은 선물 특산품의 포장단위를 줄이거나 간소한 포장법을 개발하고 있다.
안동시는 10㎏에 7만 원대인 기존 선물용 사과나 마의 단위를 5㎏으로 줄인다.
이를 통해 비용을 3만 5천원으로 절감할 계획이다.
영주시는 선물용 인삼 가격을 2만∼3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릉군 역시 한 축(20마리)에 5만원 이상인 오징어 수를 10마리나 5마리로 줄이기로 했다.
일부 시·군은 특산품의 양을 줄이는 동시에 속포장을 없애 금액을 내리는 방법도 고려했다.
울산축협도 한우 선물세트 가격이 평균 15만원인 점을 볼 때 명절 선물세트 판매량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세트 가격 소포장과 포장단위 줄이기에 나섰다.
강원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는 김영란법 관련한 품목별 지원 대책을 고심 중이다.
특히 한우, 인삼, 화훼, 사과, 배, 문어 등 도내 농어업 특산품 판매에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의회는 작물농가들이 소포장재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낮출 경우 소포장재 제작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시의 경우 기장미역과 멸치 등은 조합별로 김영란법에 맞는 금액 단위의 특산품 구성을 새롭게 하기로 했다.
부산 특산품인 어묵도 삼진어묵, 고래사어묵 등 브랜드별로 포장단위를 재구성하는 등 수요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신안군은 특산물 제품에 대한 포장이나 규격 등을 변경하려고 업체나 농축산어가가 지원을 원할 경우 군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 '유관기관·업체 머리 맞대'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
김영란법으로 인한 농축수산 특산물 피해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지자체는 물론 유관기관과 유통업체들도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충북도는 농림축산물 생산액이 996억∼1천228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피해 우려 품목으로 한우·인삼·과일·곶감 등을 꼽았다.
도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림축산 관련 단체와 학계, 도의회, 농협,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했다.
농민과 축산업자 등의 애로 사항을 수렴하고 분야·품목별 지원에 나선다.
식품·가공·유통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도 구성해 농림축산물 수급 동향을 파악하고 소비 촉진 대책도 세운다.
지원 방안으로 제품 포장재 지원, 유통구조 개선 등이 거론된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울산 현대와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에서는 배와 사과의 세트당 판매 가격이 평균 12만5천원 수준이어서 5-10%의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 백화점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올해 추석에는 이 수준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내년부터 법에 저촉받지 않도록 소포장 저가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피해 최소화 대책에도 각종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 농축산어가나 가공제품 업체에는 이마저도 부담이다.
특히 축산물의 경우 제품단가가 원래 비싼 경우가 많고 포장단위를 줄이면 양이 너무 적어져 난감한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수산 제품의 경우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소포장 등으로 5만원 기준을 피해갈 수 있지만 이것도 안써도 될 돈을 쓰는 것이라 농어가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어떤 방법을 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