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염이나 편도선염, 발치 후 감염 등 세균성 감염에 두루 쓰이는 항생제인 '아목시실린'이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도 12가지 새로운 부작용(이상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목시실린은 오랫동안 흔히 사용돼 온 페니실린계열 항생제다.
알약이나 주사제 등으로 국내에서만 400여개 이상의 제품이 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1988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부작용원시자료를 바탕으로 아목시실린 부작용 발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실마리 정보를 찾았다고 8일 밝혔다.
실마리 정보란 자발적으로 보고된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수집·분석한 결과 의약품과 부작용 사이 인과관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속해서 관찰이 필요한 정보를 뜻한다.
연구는 아목시실린과 다른 항생제의 부작용 발생 보고 건수를 분석해 실마리 정보를 찾고, 9개국(한국,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라오스)의 약물 부작용 정보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실렸다.
데이터 분석 결과 ▲약효 없음 ▲기관지염 ▲비염 ▲부비동염(축농증) ▲구강건조(입 마름) ▲역류성식도염 ▲위암 ▲비정상적인 울음 ▲고콜레스테롤혈증 ▲국소경화 ▲폐암 ▲인플루엔자 등 총 12가지가 아목시실린으로 인한 부작용의 실마리 정보로 파악됐다.
해당 이상반응은 국내 약물 부작용 정보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단 해당 이상반응은 통계적 분석에 따른 것이므로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약물역학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특히 아직 실마리 정보 단계인 만큼 부작용으로 단정을 짓는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위암이나 폐암 등 일부 중증 이상반응이 거론된 데 대해서는 부작용 발생을 신고한 환자의 상태가 고려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위암 환자가 염증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했다가 이상반응이 생겨 신고할 경우, 당시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과 약물을 각각 짝을 지어 분석하게 된다.
환자가 위암과 관절염, 봉와직염 등 3가지 질병을 앓고 있고 해열진통제와 지사제, 항생제 3가지 약물을 복용했다면 질환과 약물의 쌍이 총 9개가 나온다.
이 같은 정보를 다 파악해 짝을 짓다 보니 원래 있던 질병이 이상반응으로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번 통계적 분석에서 드러난 실마리 정보의 경우 약 때문에 생긴 부작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동시에 환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상태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부작용 신고를 바탕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환자의 당시 상태나 복용하고 있던 약물 등 다른 요인이 반영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우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마리 정보를 찾는 수준으로 명확한 인과관계는 추후에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목시실린이 새로운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9개국과의 비교를 통해 약물 정보를 다루는 시야를 넓힌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허가사항에 명시된 아목시실린의 이상반응은 쇼크, 발진·두드러기 같은 과민반응, 구토, 혈액계 이상, 무균성수막염, 피부 이상, 황달, 급성 신부전, 구내염, 비타민 결핍증 등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