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모습입니다. 그런데 첫날 밖에서는 버니 샌더스의 강성 지지자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안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야유가 터져 나와 한동안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험악하던 분위기를 바꾼 건 바로 미셸 오바마의 찬조 연설이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이날 최고의 승자는 미셸 오바마였다며 마음을 움직이는 명연설이자 완벽한 홈런이었다고 극찬했는데요, 김우식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미셸 오바마는 2008년부터 세 번 연속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올랐습니다. 가장 최근은 4년 전으로 남편이 재선에 도전할 때 25분간 연설했는데요, 이번에는 14분으로 길이는 줄었지만, 한층 더 톤이 강해졌습니다.
4년 전에는 경쟁자인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를 공격하는 대신 왜 남편이 더 훌륭한 대통령감인지를 감동적으로 설명했었는데, 이번엔 좀 더 적극적으로 상대 후보인 트럼프에게 각을 세운 겁니다.
[미셸 오바마/美 영부인 : 대통령이 될 사람은 대통령이 직면하는 문제들이 흑과 백의 이슈도 아니고, 140글자로 요약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쉽게 동요하고 욱하는 성질이 있어선 안 됩니다. 안정적이고 신중하며 올바른 정보를 갖춰야 합니다.]
그녀는 오바마의 출생을 문제 삼았던 트럼프를 겨냥해서 자신의 부부는 딸들에게 아버지의 시민권이나 종교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라고 가르친다고 했고 TV에 나온 공인들이 내뱉는 증오에 찬 말들이 미국의 정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걸 강조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대선 슬로건도 대놓고 비난했습니다.
[그 누구도 이 나라가 위대하지 않다고, 이 나라를 어떻게든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게 놔두지 맙시다. 이 나라는 지금 이 순간 지구 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트럼프가 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역설함과 동시에 미셸은 힐러리를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치켜세웠습니다.
8년 전만 해도 힐러리는 남편과 사활을 건 대결을 벌였었지만, 힐러리는 당시 경선에서 패했을 때 화를 내거나 환멸에 빠지지 않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이 자신의 개인적인 열망이나 실망보다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줘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겁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인 언급보다 그녀의 연설이 칭찬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노예들이 지은 집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두 명의 아름답고 지적인 흑인 여성인 제 딸들이 백악관 잔디 위에서 강아지와 함께 뛰노는 것을 봅니다.]
노예 생활을 했던 흑인이 세월이 흘러 노예들이 지은 백악관이라는 집의 주인이 됐다는 말은 미국의 달라진 모습과 미국의 진정한 가치인 다양성, 또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문장이었습니다.
미셸의 연설이 끝나자 힐러리냐 샌더스냐 할 것 없이 양쪽 지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녀를 연호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믿을 수 없는 연설이었다며 이런 여성을 영부인으로 두고 있는 미국은 축복받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가 표절까지 해서 안 그래도 더욱 유명해진 미셸 오바마는 이제 두말할 나위 없이 남편 못지않은 연설의 달인으로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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