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016년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32개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1천973개사 중 부실 징후 가능성이 보인 602개사를 평가한 결과입니다.
부실 징후는 있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큰 C등급이 13개사,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이 19개사였습니다.
A∼D등급의 4단계 평가 중 A·B등급은 정상기업이지만 C등급은 금융회사와 워크아웃 약정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야 하고 D등급은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합니다.
업종별로는 조선·건설·해운·철강·석유화학 등 5대 취약업종 기업이 17개사로 전체 구조조정 대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조선과 건설업종이 각각 6곳이고 전자 5곳, 해운 3곳, 철강 1곳, 석유화학 1곳이었습니다.
그나마 업황이 좋았던 전자업종도 2년 연속으로 5개사 이상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돼 금감원이 산업 리스크를 밀착 모니터링하기로 했습니다.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진행해온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각각 C등급을 받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도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나란히 B등급을 받아 정상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조선 3사의 경우 자구계획, 대주주의 경영정상화 의지 등으로 취약 요인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채권은행들이 B등급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모두 19조5천억원이으로 1년 전보다 12조4천억원이나 늘었는데 이는 대형 조선·해운사가 대거 포함된 까닭입니다.
신용위험 평가에서 C·D등급을 받은 기업과 별개로 부실 가능성이 있지만 채권은행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은 26개사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B등급과 C등급 사이에 있는 이들 기업을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으로 분류해 자구계획 이행 실적을 점검합니다.
26개사는 부동산 매각 등으로 1조3천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번 평가에는 지난해 새로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처음 적용됐습니다.
구조조정 기업으로 선정됐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3개월 이내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는다면 주채권은행이 여신을 거둬들이고 여신 한도를 축소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어권'도 도입됐는데 올해는 5개사가 자구계획으로 정상화가 가능하다며 주채권은행에 이의를 제기해 2개사 의견이 받아들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