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13년 전 담당 형사'…길에서 딱 걸려 수갑 찬 절도범

병원에서 금품을 훔치며 생활하던 40대 상습절도범이 13년 전 자신을 담당했던 동갑내기 형사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강력5팀 이전호(45) 경위는 지난달 25일 새벽 4시쯤 관내 병원에서 현금을 도난당했다는 112신고를 받았습니다.

병원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던 이 경위는 화면에 잡힌 한 남성의 외모가 무척 낯익었습니다.

키 160㎝대 중반에 왜소한 체격,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용의자는 13년 전 자신이 성동서 형사팀 소속으로 당직 근무를 설 때 절도 혐의로 붙잡혀 온 적 있었던 동갑내기 김모(45)씨와 외모가 아주 흡사했습니다.

기록을 검색해보니 김씨는 그 후로도 절도를 저지르다 수감생활을 반복, 동종 전과가 20번에 달했습니다.

2012년에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2015년 출소했습니다.

이번 사건 용의자도 김씨라고 직감한 이 경위는 그의 행방을 쫓는 한편 다른 사건 수사를 위해 30일 오후 3시30분쯤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인근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김씨가 CCTV 속 모습과 똑같이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이 경위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이 경위는 곧바로 김씨를 붙잡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워 긴급체포했습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달에만 병원에서 총 7차례에 걸쳐 약 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씨는 병원 면회객이 거의 없는 심야 시간대에 환자의 보호자인 척 병동에 들어가 잠겨 있지 않은 병실을 노렸습니다.

성동경찰서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 생활을 오래 해도 겪기 힘든 일인데 이 경위의 실력과 우연이 겹쳐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면서 "김씨의 추가 범행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