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에서 온 기자 선생님입네까. 경기 결과는 해봐야 아는 겁네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유도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 대표팀 관계자의 말이다.
1990년생 동갑내기 대표 선수 3명이 '리우의 기적'을 향해 마지막 담금질을 펼치는 현장에서 2일(현지시간) 나온 발언이다.
연합뉴스는 이날 올림픽 선수촌 인근에 마련된 유도 훈련장을 취재했다.
이곳에서는 북한 남녀 대표팀 선수 3명(남자 1명·여자 2명)이 이라크, 과테말라, 콩고, 가나, 부르키나파소 선수들과 공동 훈련을 했다.
출전 선수가 적다 보니 자체 훈련이 어려워 여러 나라 출신이 함께 모였다.
북한 유도는 이번 대회에 총 3명이 출전한다.
남자 73㎏급의 홍국현(랭킹 21위)과 여자 48㎏급의 김설미(세계랭킹 24위), 여자 78㎏급 설경(세계랭킹 11위) 등이다.
이들은 모두 1990년 동갑이다.
랭킹은 체급별로 10~20위권에 있지만, 실제 능력은 한 수 위로 평가된다.
국제 대회 출전이 많지 않을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유도는 북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 등 총 8개를 수확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남자 유도 63㎏급에서 김영익이 동메달을 따면서 유도 종목에서 첫 메달을 신고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여자 52㎏급 안금애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 올림픽에 나선 홍국현, 김설미, 설경 역시 '대선배'들의 뒤를 이을 재목이다.
남자 유도의 간판스타 홍국현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다.
그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와 201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따냈다.
리우 대회에서 메달 기대주로 평가되는 이유다.
북한 여자 유도 중량급 선수인 설경 역시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과 월드컵 우승 한 차례 등 국제무대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뒀다.
김설미는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내지 못했지만, 대륙별 쿼터를 확보해 올림픽 무대에 선다.
홍국현은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박철민(66㎏급)의 동메달 이후 명맥이 끊긴 남자 대표팀 메달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설경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따낸 안금애 금메달에 이어 여자 대표팀의 2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이날 훈련장에서 만난 북한 유도 대표팀 관계자는 '홍국현의 메달 가능성'을 묻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남측 기자 선생님입니까? 경기 결과는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성적표만 따지면 메달 후보에서 먼 듯하지만, 유도는 순간 방심으로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어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들렸다.
선수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인터뷰 요청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