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나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유럽연합(EU)은 이번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U는 14일 PCA의 이번 결정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이 같은 어정쩡한 태도는 내부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EU는 미국 측으로부터 이번 판결을 지지해 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EU의 2대 교역대상인 중국을 의식하고 또 회원국 간 벌어지고 있는 해상 분쟁에 '불똥'이 튈까 우려해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구성된 중재재판소는 지난 12일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주미 중국대사는 이번 판결이 "군사적 충돌과 대치만 강화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EU는 매년 5조 달러의 물품이 오가는 글로벌 무역로 주변의 섬과 암초를 중국이 군사 기지화하는 데 대해선 우려하고 있으며 국제법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또 회원국인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간 해상 분쟁도 EU의 공식 입장 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2015년 이번에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판결을 내린 PCA의 중재절차를 거부했다.
특히 EU 당국자들이 아셈정상회의가 열리는 몽골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크로아티아가 최종 성명에서 UNCLOS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반대해 다른 회원국을 당혹하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가 헝가리를 비롯한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중국으로부터 중국 측 입장을 지지해주는 대가로 상당 규모의 계약과 투자를 제안받는 등 엄청난 로비를 받았다는 얘기도 브뤼셀 외교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내부 견해차로 인해 EU는 국제 해양 질서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있어 소심해 보이거나 그들의 입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일부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U, 남중국해 판결에 침묵…'中 눈치보랴 불똥 경계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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