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플러스] 한·미·일 vs 중국의 '사드 신경전'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난주에는 잠자고 있던 미국의 고고도 요격체계, 사드도 깨어났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 회의를 계기로 관련국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사드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이번에도 사드는 대북 방어 수단이 아니라 외교 수단으로 쓰인 것 같았습니다.
김태훈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먼저 밑불을 놓은 건 미국이었습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아시아 안보 회의에서 한국 국방장관과 사드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며 포문을 연 겁니다.
사드는 회의와 어울리지 않는 의제인데도 말이죠.
당연히 우리 국방부는 화들짝 놀라 진화하기 바빴습니다.
곧바로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드 논의가 예정에 없다며 카터 장관의 발언을 부인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사드 배치는 현재 한미 공동 실무단에서 협의하고 있는 사안인지라 양국 장관이 끼어들 틈이 없으니 맞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한 발 더 깊숙하게 들어가 버렸습니다.
방송에서 사드 배치의 시기는 내년 중이고 장소는 대구로 정해졌다고 보도한 겁니다.
주한미군이 120명 규모의 레이더 운용 부대를 편성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협상 세부 내용이라며 한국 측은 사드를 수도권에 두기를 바랐지만 미국 측이 부산 방어를 포함한 전략적 이유로 대구를 밀어붙여 그렇게 합의됐다고도 전했습니다.
끼어들기 싫어 주저하던 우리나라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결국 중국과 대화 테이블에 앉기 직전 입을 열었습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작심한 듯, 사드의 유용성을 언급하며 사드 배치 의지를 표명한 겁니다.
한 장관이 말문을 열었으니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습니다.
중국이 사드는 자국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반발했고, 한 장관은 이에 또 사드는 북한 방어용이니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대응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과 일본이 사드를 매개로 슬슬 깔아놓은 싸움판에 한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은 모양새였습니다.
어느 군인 출신 정치학자는 우리 국방부가 괜히 등 떠밀려 사드를 논하는 바람에 중국을 자극하는 악역을 맡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다투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사드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한 셈입니다.
지난 2월에도 사드가 대북 제재 결의에 미온적이던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톡톡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말이죠.
당시 한미는 사드가 단거리와 준중거리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요격 시스템인데도, 북한이 아무 상관 없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사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에 만약 북한이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을 때 사드를 꺼냈다면 국내외 반발이 이토록 심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 핵심 관계자도 이에 동의한다며 인정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번번이 용도가 애매한 사드가 이번에는 미·중·일의 남중국해 분쟁에까지 재료로 쓰였으니 이번에 거론된 사드는 올 초보다 훨씬 오지랖이 넓었다고 김 기자는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사드는 중국을 압박하는 외교 수단으로서 그 쓰임을 충분히 다한 뒤에야 실제 배치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 [취재파일] 한·미·일 vs 중국의 '사드' 신경전…"쓰임 많은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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