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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리와 자선 활동의 '윈윈'…기부하는 신발, 탐스(TOMS) 창립자 인터뷰 ②

[취재파일] 영리와 자선 활동의 '윈윈'…기부하는 신발, 탐스(TOMS) 창립자 인터뷰 ②
'One for one' 의 기치 아래, 고객이 신발 하나를 사면 제3세계 아이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하는 브랜드, 탐스는 어떻게 영리활동과 자선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예고한대로 2편에선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다만, 답하기에 앞서, 먼저 질문을 조금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영리활동과 자선활동이 서로 배척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스의 CEO이자 창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분명히 말한다. 두 가지가 배척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에 있음을. 많이 벌수록 많이 도울 수 있고, 많이 도울수록 많이 벌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에겐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또는 자선적 기업가(philanthropic entrepreneur)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빌 게이츠도 2008년 타임지에 기고한 글, <자본주의를 고치는 법(How To Fix Capitalism)>에서 그의 사례를 창조적 자본주의의 사례로 다루기도 했다. 
● 언제까지 정부와 NGO에 기댈 것인가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무작정 퍼주는 사람이 아니다. 빈곤 완화를 위한 해결의 열쇠로서 언제나 '이윤'을 쫓았다. 이윤의 '축적'이 최종 목표가 아니었을 뿐, 이윤의 '창출'에는 늘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타고난 기업가적 소질도 있었다. 일찌감치 18살 대학생 때부터, 캠퍼스 내 세탁 배달 사업이나 인터넷 운전 교습 사업 등 번뜩이는 창업으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맨발의 어린이들을 처음 목격했을 때도 그의 머리는 반사적으로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이들에게 신발을 신겨주고는 싶은데, 정부나 NGO, 또는 몇몇 개인의 착한 마음씨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손 벌리는 건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부자 피로감(donor fatigue)에 언제 기부가 끊길지 몰라 불안해 하는 것도 싫었다. 실제로, 2006년 우연히 마주친 미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따라가 처음으로 맨발의 아르헨티나 아이들에게 중고 신발을 나눠주고 돌아온 날, 그는 밤에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우리가 가고 나면 이 다음엔 누가 어떻게 이들에게 신발을 주지? 나는 그냥 하루짜리 반짝 이벤트를 한 건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그의 해결책은 재원을 끊김 없이 조달할 수 있는 이윤 사업을 구축하는 거였다. 신발 판매업이었다. 그리고 이런 논리에서 출발했으니, 더 많은 기부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장사를 해야 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기록한 각종 기부 관련 수치는 훌륭한 영리활동이 훌륭한 자선활동으로 이어졌음을 증명한다. 비영리를 고수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였다.
● 사장님보다 열정적인 홍보 요원

탐스의 수익 창출 구조는 쉽게 말해 신발 한 켤레에 두 켤레 값을 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탐스 신발이 두 배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케팅 비용과 유통 마진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줄였을까?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이번엔 역으로 훌륭한 자선활동이 곧 훌륭한 영리활동으로 이어짐이 증명된다. 세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하나> 2006년 5월.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초기 자본금 5천 달러로, 아르헨티나에서 최초의 탐스 신발 250켤레를 제작해 LA로 갖고 돌아왔을 때다. American Rag라는 가게 한 켠에 겨우 물건을 놓고 팔게 되었다. 물론 이것도 당시 가게 매니저가 탐스의 기부 스토리에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어느 날 탐스의 기부 스토리가 이 가게를 들락거리던 LA 타임즈의 한 패션 전문 기자의 마음에도 들었다.

뜻밖에도 인터뷰를 요청해 와 흔쾌히 응했고, 2주 뒤 탐스는 LA 타임즈 문화연예 섹션의 커버에 실렸다. 어떻게 됐을까? 신문이 나온 당일 오후 2시도 되기 전에 2,200켤레의 주문이 들어왔다. 당시 사무실 겸 집이었던 그의 아파트에는 재고가 120켤레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그는 수량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인턴 사원 모집 공고를 냈고, 신문 기사를 오려 들고 아르헨티나 신발 장인에게 날아갔다. 그는 외쳤다: "Muchos zappatos, rapido! (신발 많이, 빨리!)" 

<둘> 더 큰 사건은 그 해 10월에 벌어졌다. 이번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존 캐릭터로 유명해진 잡지사 보그(Vogue)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Anna Wintour)가 친히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당시 탐스는 아직 정식 회사도 아니었는데, 보그지에 실리고 나니 사방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그것도 그냥 주문이 아닌 대형 주문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나 신세계 백화점 같은 메이시스(Macy's)와 노드스트롬(Nordstrom) 등에서 빗발쳤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해도, 바이어들은 "당장 탐스를 진열하지 않으면 상사에게 혼난다"며 어떻게든 납품해달라고 종용했다. 이런 실적 덕택에, 그 달 탐스는 처음으로 자사 신발을 아르헨티나 아이들의 발에 신겨줄 수 있었다.

<셋> 그 다음 달인11월. 탐스가 첫 공식 판매를 개시한 지 반 년 정도 지났을 때다. 블레이크는 뉴욕 JFK공항에서 체크인을 하던 중 누군가가 탐스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됐다.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래서 그는 그 빨간 색 탐스 신발을 신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발을 어디서 샀냐고. 그랬더니 그녀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남성이 누군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를 앞에 세워놓고 열띠게 탐스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탐스는 기부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One for one이 어쩌고 저쩌고…."

거의 내부인 같은 완벽에 가까운 소개였다. 그녀의 이런 넘치는 에너지를 보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낯선 남자한테까지 이렇게 열변을 토할 정도면, 그 동안 이 여자는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탐스 얘기를 했을까? 고객 중 아주 일부만 이 여자처럼 행동한다 해도,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그러고는 결심했다. 전통적인 광고에 돈을 쓰는 대신 기부에 더 집중하기로. 그럴수록 소문은 고객들이 알아서 내고 다녔다.

모두 창립 첫 해에 생긴 일들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아낌없고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시기에, 탐스는 땡전 한푼 쓰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을 마케팅 효과를 누린 것이다. '일대일 기부'라는 단순 명료한 주제 덕분에 말이다.

기부의 후광 효과는 실로 어떤 TV광고나 협찬, 프로모션보다도 대단했다. 한 번 고객이 된 사람들은 대개 탐스의 기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하고 싶어 근질거려 했는데, 헐리우드 스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키이라 나이틀리나 스칼렛 요한슨, 시에나 밀러, 나탈리 포트만, 톰 크루즈 같은 거물급 배우들이 하나같이 기부의 매력에 매료돼 탐스의 ‘무급’ 홍보 요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어찌 보면 나도 똑같다. 이번 창립 10주년 기념 CEO의 방한은, 그 흔한 보도자료 하나 없이 조용히 치러졌고, 기념 파티는 탐스의 가족들을 위한 자리였을 뿐, 기자나 블로거들은 일체 초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글을 '다다다다' 쓰고 있지 않은가.
● 기부(GIVE)와 기부(寄附)…막강한 동'기부'여(動機賦與)

훌륭한 자선활동이 어떻게 훌륭한 영리활동으로 이어지는지 공급자 측면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간단하다. 고객을 움직인 똑같은 힘이 직원들도 움직이는 것이다. 나의 소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믿음이 고객들의 지갑을 연 것처럼, 나의 노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믿음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단합을 이끌어냈다.

탐스 본사에는 곳곳에 "GIVE"라는 단어가 사훈처럼 걸려 있는데, 이는 1등이나 승진, 보너스보다 훨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가끔 있는 주말 근무나 야근에 대한 큰 위로제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는 탐스가 패션업체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종사자들이 자칫 자신의 노동이 과소비를 조장하고 허영만 부추기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과 허무주의에 빠지기 쉬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베풀기 위해, 나누기 위해 일하는 분위기는 실력 있는 인재들을 끌어 모은 측면도 있다. 사실, 탐스가 기부 컨셉으로만 인기를 얻은 건 절대 아니다. 기부라는 큰 특성에 가려져 종종 간과되곤 하지만, 디자인을 빼놓고 탐스의 성공 비결을 논할 순 없다.

애초부터 아르헨티나의 민속화인 알파르가타(alpargata)에서 따온 모티브도 참 매력적이었지만, 이후 다양한 색상과 패턴을 끊임없이 요리하며 발전시킨 덕에, 솔직히 탐스의 기부 운동은 전혀 모른 채 신발의 겉모양만 보고 반하는 소비자들도 상당하다. 디자인실에서 따뜻한 마음만 맞댄 게 아니라 유능한 머리도 맞댔다는 방증이다.
울타리 안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외부 전문가들도 '기분 좋은 일'에는 기꺼이 동참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종종 타사 디자이너들과 프로젝트성 콜라보(협업) 제품을 내놓는 것 말고도, 탐스는 촘촘한 전략적 파트너쉽을 자랑한다.

그럴 수밖에. 자체 인력만으로 전세계 방방곡곡 아이들의 발가락 사이즈부터 산간오지 할머니들의 시력까지 무슨 수로 다 측정하겠는가. 탐스는 세이브더칠드런과 적십자 등 100여 개의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하고 있는데, 이런 파트너들(giving partner)이 있기에 기부활동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담보되고 있다. 주문부터 보관, 배송까지, 심지어 필요할 경우 현지 당나귀 대여 비용까지 계산해야 하니, 파트너들의 조력 없이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써놨으니, 지금쯤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를 지도 모른다. '그럼 나도 한 번 기부로 돈을 벌어볼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지금 하는 일에 소소하게라도 기부 요소를 융합시킨다면, 비록 일회성에 그친다 하더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건 출발점이다. 신발을 한 켤레라도 더 팔기 위해 맨발의 어린이를 끌어들이는 것보다는 맨발의 어린이를 한 명이라도 더 돕기 위해 신발을 파는 게 기부를 위해서나 사업을 위해서나 장기적으로 성공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블레이크에게 탐스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 언제였는지 묻자, 그 출발점이 흔들렸을 때라고 답했다. 탐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유명해지자 명성을 듣고 찾아온 실력자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애당초 탐스가 왜 탄생했는지에 대한 정체성과 신념이 흐려진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식구가 늘어나면서 불가피하게 마주한 혼란이었다. 그렇지만, 블레이크는 이 혼란을 변모의 계기로 삼지 않았다.

1년간 과감한 휴직을 하며 초심을 붙잡는 데 몰두했다. 그리고 복직했을 때는, 출발점을 잊으려는 직원들과는 어쩔 수 없는 작별을 고해가면서까지 표류하려는 회사를 다잡았다. 회사가 어디로 가는가 하는 목적지만큼이나 어디서 왔는가 하는 출발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그의 머릿속 네비게이션은 목적지 안내에만 급급하게 설정돼있지 않았다. 출발지점에 최대한 가까워지려는 설정이었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도 참 흥미롭기에, 다음 편에 마저 담아 보겠다.

▶ [취재파일] 자본주의의 발상 전환…기부하는 신발, 탐스(TOMS) 창립자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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