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풍전등화 신세가 됐습니다. 구조조정 태풍의 한가운데 섰는데요, 기업체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성실히 노력해도 예상치 못한 악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니까 말이죠.
그래서 많은 이들이 한진해운도 그런 일반적인 안타까운 사례 가운데 하나인 줄 알았는데, 정작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의 운명을 채권단 손으로 넘어가게 만든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을 깡그리 팔아버리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한세현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한진그룹의 창업주, 고 조중훈 전 회장은 한진그룹을 4명의 아들에게 나누어 물려주었습니다. 장남인 조양호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받았고 차남인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삼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그리고 막내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그룹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런데 10년 전, 셋째 아들인 조수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아내인 최은영 씨가 남편을 대신해 한진해운을 맡게 됐습니다. 최은영 씨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10남매 중 여덟째인 신정숙 씨의 장녀이기도 합니다.
최 씨는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회장과 계열 분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는데요, 결론적으로 최 전 회장의 경영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무엇보다 그녀가 맺은 용선료 협상이 재앙의 씨앗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해운사가 선주들에게 배를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게 용선료인데, 업계가 호황일 때 무리한 가격으로 계약을 맺은 겁니다.
그로 인해 현재 한진해운은 요즘 시세의 5배가 넘는 한 해 1조 원에 달하는 용선료를 내고 있습니다.
결국, 재작년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에서 손을 뗐는데요, 마지막 2년간 회사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며 순손실만 1조 8천억 원을 냈는데도 최 전 회장은 무려 97억 원을 임원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받아갔습니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그런 게 우리나라의 이사회 같은 데서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그 문제예요. 다시 얘기하면, 오너가 자기 마음대로 내 보수는 내가 챙겨가고. 그거는, 허허참….]
게다가 지난주에는 회사가 끝내 자율협약을 신청한다는 공시가 나왔는데, 최 전 회장은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전에 자신과 두 딸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96만여 주를 냉큼 팔아 치웠죠.
수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을 위기에 빠지고 다른 주주들은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정작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인 전직 최대주주는 미리 손을 털며 손실을 회피한 겁니다.
본인은 지분 매각 시점이 우연의 일치였다고 주장하지만, 공개되지 않은 사내 정보를 토대로 지분을 처분한 게 아닌지 누구라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들어갔는데요, 만약 최 씨가 먼저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의 사례를 참고해 단순히 주가 흐름을 예측한 것뿐이라고 버틴다면 혐의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또 한 명의 재벌의 도덕적 해이는 역사 속으로 묻히겠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 [취재파일] "그래도 퇴직금은 일부 남겨뒀다"…최은영 회장 '먹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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