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인천의 한 백화점 귀금속 매장에서 찍힌 영상입니다. 제품을 무상으로 수리해주지 않는다며 한 모녀가 직원들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한참 동안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단순한 밉상 진상을 넘어 소비자로서의 과도한 권리를 내세우며 갑의 행세를 하는 전형적인 갑질 고객입니다.
얼마 전에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 짐을 올리다가 실수로 자신의 머리를 쳤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불러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머리를 때린 승객도 있었는데요, 우리 사회에 이런 사례들이 얼마나 많으면 손님과의 대면이 잦은 한 유통업체가 직원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대응 매뉴얼을 펴냈습니다. 최우철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지난 20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감정노동 근로자 1천198만여 명 가운데 35.1%인 419만 명이 고객이 행사한 정신적 성적 폭력에 유의미한 수준 이상으로 노출돼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자동차 운전 직종 종사자가 68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판매원과 상품 대여원, 영업원과 상품 중개인, 그리고 식당 서비스 관련 종사자가 뒤를 이었는데요, 고객 대면 빈도가 낮아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직종들까지 감안하면 고객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달 초 롯데그룹이 사내 배포용으로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롯데리아 등 계열사별로 다양한 실제 갑질 사례들뿐 아니라 성희롱이나 추행 같은 범죄 사례들까지 수집해 상황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는데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진 대응 요령을 주입시키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떤 일을 당하든 당황하거나 개인적인 문책을 두려워하지 말고 회사가 당신 편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취지로 기획됐습니다.
매뉴얼은 매뉴얼일 뿐 직원들은 항상 일정한 친절을 유지해야 하는 반면, 일부 고객들이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한 피해자는 늘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세진/롯데 인재개발원 과장 : 우리 고객도 중요하지만 우리 내부 직원들의 마음을 챙기는 것도 앞장서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지 그 세세한 가이드라인은 좀 더 개정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마음 다치지 않게>인데요, 내 탓이 아닌 걸 내 탓으로 삭혀야 할 때 인간의 마음에는 병이 든다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객의 정신적인 문제이지 나의 잘못이 아니니 상처받지 말라는 게 핵심 조언입니다.
참 좋은 첫걸음인데요, 안타깝게도 감정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한 법안이 6개나 국회에 계류 중이고, 다음 달 말 19대 국회가 종료되면 자동으로 폐기될 운명입니다. 법적인 보강책 없이 업체 하나의 사내 캠페인과 매뉴얼만으로 감정노동자들을 지켜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취재파일] '갑질 고객' 대응 매뉴얼까지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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