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반지는 어디에 있지?"
"답: '운명의 산(Mount Doom)'. 프로도는 반지를 거기에 떨어뜨렸고 프로도는 운명의 산으로 갔어요."
"질문: 반지가 운명의 산으로 가기 전에는 어디 있었지?"
"답: '샤이어'. 빌보는 샤이어로 돌아갔고 빌보가 거기에 반지를 뒀어요."
"질문: 지금 프로도는 어디 있지?"
"답: '샤이어'. 프로도는 샤이어로 돌아갔어요."
페이스북 연례 개발자 회의 'F8 2016'의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포트 메이슨 센터에 마련된 인공지능 기술 시연장에서는 컴퓨터가 마치 인간 수험생처럼 독해 시험문제를 풀고 있었다.
영국의 판타지 작가 존 로널드 루엘 톨킨(1892∼1973)의 소설 '반지의 제왕' 줄거리를 11 문장으로 요약한 제시문을 본 후 문제를 읽은지 0.01초도 안 돼 답을 척척 냈다.
'페이스북 인공지능 리서치'(FAIR) 그룹 연구원들이 작년에 논문으로 발표한 자연언어 처리 연구를 소개하는 시연이었다.
이처럼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컴퓨터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과 이에 기반해 상식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노력은 1960년대부터 있었으나, 엄청난 가속도가 붙은 것은 2011년 애플이 디지털 음성비서 '시리'를 내놓은 데 이어 구글 나우,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등 비슷한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면서부터다.
이에 질세라 페이스북은 2013년 말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시각인식 분야 전문가인 얀 르쿤 뉴욕대(NYU) 교수를 영입해 FAIR를 만들었고, 1년여만에 뉴욕, 실리콘밸리, 파리 등 세 곳에 실험실을 내고 연구원 50여명을 확보했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분야 연구조직으로 FAIR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출신의 아킨 퀴뇨네로 칸델라가 이끄는 '응용머신러닝(AML)' 그룹도 운영하고 있다.
FAIR는 기초연구, AML은 엔지니어링에 각각 중점을 두고 있으나 실제로는 명확한 구분이나 역할분담 없이 운영된다.
두 그룹이 협업하는 경우가 흔하고 양쪽을 오가며 일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FAIR 그룹이 이날 시연으로 설명한 연구 성과 중에는 컴퓨터의 시각 인식 기술을 활용한 '개 품종 알아맞히기' 프로그램도 있었다.
개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 주면 컴퓨터가 '골든 리트리버', '파피용', '보스턴 테리어', '보더 콜리', '셰틀랜드 시프도그' 등 웬만한 사람은 이름조차 잘 모르는 품종 이름을 척척 알아맞혔다.
여러 품종의 개를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서 보여 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훈련시킨 결과다.
이렇게 일부 특수한 분야에 한정하면 컴퓨터의 인식 정확성이 인간을 능가한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설명이다.
시연된 기술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은 사진 내용에 관해 사람이 질문하면 기계가 답하는 앱이었다.
피사체의 정체를 파악하는 시각 인식 기술과 질문의 뜻을 이해해 알맞은 답을 내놓는 자연언어 처리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사진이나 영상을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지 않아도 내용에 따라 기계가 분류나 검색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캡션을 컴퓨터가 알아서 다는 일도 가능해진다.
어른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고른 뒤 화면에 나오는 지시대로 마이크에 대고 질문을 던져 봤다.
일단 "(사진 속에) 아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이 나왔고, "사진에 어떤 것들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도 "남자, 아기, 랩탑, 책상"이라는 정확한 답이 돌아왔다.
말 두 마리가 거의 겹치게 찍혀 이 중 한 마리는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을 일부러 골라 "사진에 말이 몇 마리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은 알아차릴 수 있어도 컴퓨터가 알아차리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지만, 예상을 깨고 "두 마리"라는 옳은 답이 나왔다.
앱은 "말들의 색깔은 뭐냐", "말에 타고 있는 사람의 헬멧은 무슨 색이냐",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냐" 등 질문에도 쉽게 정답을 내놨다.
아기가 욕조에 서 있고 옆에서 어른이 칫솔질을 도와 주는 사진을 골라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욕실"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욕조와 세면대의 모양과 색깔을 파악해 알아맞힌 듯했다.
이어 "아기가 뭘 하고 있느냐"고 물어 보자 "이를 닦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움직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어서 칫솔과 손이 매우 흐릿하게 나와서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데도 정답을 내놓은 것이다.
낮 하늘을 배경으로 12시 직전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탑의 사진을 골라 "몇 시냐"고 물었더니 "정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계 바늘이 제공하는 '12시'라는 정보와 하늘이 밝으므로 낮이라는 정보를 조합해 "밤 12시가 아니라 낮 12시로구나"라고 추론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시계에 적힌 숫자를 모두 합하면 얼마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 대신 동문서답을 했다.
단문으로 정형화된 간단한 질문은 꽤 잘 알아듣지만 사안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연언어 처리 기술의 현주소를 보여 준 대목이었다.
(연합뉴스)
실리콘밸리 리포트 '반지의 제왕' 독해시험 보는 인공지능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