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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 '지그재그' 음주운항 급증…작년 131척 적발

바다위 '지그재그' 음주운항 급증…작년 131척 적발
"어∼ 어∼ 저 배 이상한데…형사기동정 빨리 붙여야겠는데요."

지난달 15일 오전 0시 25분 경남 통영해경 통영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자정을 넘겨 근무하느라 피곤이 몰려올 때쯤 통영해경 김성훈(43) 경사의 시선이 모니터에 날카롭게 꽂혔습니다.

관내 선박 운항 항적을 모니터링하던 중 통영시 비진도 해역에서 선박 1척이 지그재그로 운항하는 장면을 확인했습니다.

선박 정보를 살펴보니 벙커C유 200㎘를 실은 164t급 유조선이었습니다.

육지까지는 불과 1km 남짓한 거리.

당장 저지하지 않으면 10분 안에 육지와 충돌해 엄청난 해양오염사고를 낼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김 경사는 누군가 음주운항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상황실에 현장 출동 지령을 요청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이 당시 조타키를 잡고 있던 항해사 김모(57)씨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혈중알코올농도 0.091%, 만취 상태였습니다.

◇ '바다 위 무법자' 음주운항 적발 매년 늘어…작년 최대 131명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작년 음주운항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은 131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다 수입니다.

해경에 적발된 음주운항 사범은 2011년 81명, 2012년 99명, 2013년 102명, 2014년 78명입니다.

적발 선박 대부분은 어선입니다.

작년에 적발된 131척 중 어선은 90척(68.7%)에 이릅니다.

다음으로는 예선·부선 16척, 화물선 4척, 유선·도선 1척, 기타 20척입니다.

해경은 음주운항 비중이 높은 어선과 낚시어선을 상대로 계도·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어선 음주운항 행위는 오랜 기간 관행처럼 굳어져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힘든 뱃일에 한 잔, 낚시객은 흥에 겨워 한 잔, 거리낌 없이 배에서 술을 마십니다.

작년 10월 군산에서는 손님을 14명이나 태운 낚시어선의 선장이 술을 마신 채 갈지자로 배를 몰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작년 6월 부산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152% 만취 상태로 운항하는 낚시어선 선장이 등대를 들이받아 승객 4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일부 어민은 해경 음주운항 단속에 적발되고도 '뱃일하려면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것 아니냐, 평생을 다닌 뱃길이라 눈 감고도 운항할 수 있다'고 항의까지 한다"고 해경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음주운항은 육상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본인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행위입니다.

윤병두 해경본부 해상안전과장은 "음주 상태로 배를 몰면 자칫 항로를 벗어나기 쉽고 좌초나 충돌 우려가 커진다"며 "사고를 당해도 집중력 저하로 적절한 초기 대응을 하기 어려워서 음주운항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화물선이나 여객선 음주운항은 발생 빈도가 적긴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철저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2012년 7월 승객 186명을 태운 여객선 선장 김모(57)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4% 상태로 경남 남해 서상항에서 여수까지 운항하다가 해경에 적발되는 등 최근 5년 간 여객선 음주운항도 모두 3건이나 적발됐습니다.

해상 음주운항은 육상 음주운전보다 더 엄한 처벌을 받습니다.

육상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부터 처벌 대상이지만 바다에서는 0.03% 이상만 되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상태로 선박을 운항하면 최고 2년 이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처분을 받습니다.

또 적발 횟수에 따라 해기사 면허가 아예 취소(3차 적발 시)되거나 3개월(1차 적발 시)에서 1년(2차 적발 시)까지 면허가 정지될 수 있습니다.

◇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선박 충돌'도 증가…3년 만에 2배 음주운항과 더불어 최근 해양안전을 위협하는 유형은 선박 충돌입니다.

선박 충돌 사고는 2012년 167건, 2013년 225건, 2014년 280건, 2015년 29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전체 사고 유형 중에서는 기관 고장 다음으로 높은 비중입니다.

선박 충돌은 기상악화보다는 운항 부주의에 따른 인적 과실로 발생하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2015년 해양사고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간 충돌사고 중 61%는 맑은 날씨일 때 발생했고, 안개 등 기상이 좋지 않을 때 발생한 충돌사고는 12%에 불과했습니다.

충돌사고 대부분은 견시(見視) 소홀, 선박 위치 확인, 침로(針路) 선정 유지 등 항해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박상욱 부산해양경비안전서 해상안전과장은 "최근 선박사고는 어민, 선원이 방심하기 쉬운 근해나 아예 먼 바다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며 "이는 주변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알아서 피해갈 거라고 예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과장은 "먼 바다에서는 오히려 바다 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견시 소홀로 이어져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운항시 전방 주시만 잘해도 사고는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박 노후화와 선원 노령화가 해상사고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배에서 근무하려는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져 선원 노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해군 전역자를 연안여객선에 투입하거나 정부 차원의 투자로 선박 현대화를 꾀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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