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오늘, 3월 17일은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인 성 패트릭을 기리는 성패트릭데이입니다.
미국에서도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 이날은 꼭 기념하고 지나가는데요, 이렇게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만큼, 이민 정책은 선거판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국인들 스스로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정체성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남승모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버락 오바마/美 대통령 : 우리는 아일랜드의 딸과 아들들에게 잘해야 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가운데 너무 많은 이들이 아일랜드의 딸과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누구나 이민자들의 자식이죠. 미국이 용광로, 즉 멜팅팟이라 불리는 것도 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정치 사회 제도와 문화를 꽃피웠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의 핵심 가치로 꼽는 하이브리디티, 즉 융합성은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정체성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는 쪽이 현 집권 여당인 민주당인데요, 정책 공약을 보면 심지어 불법 이민자들에게까지 일정한 절차만 밟으면 시민권 취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민자 세대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 발전은 불가능했을 거라며, 불법 이민자들을 음지에서 끄집어내 법을 지키고 영어를 배우고 세금을 내서 시민권을 얻도록 하는 포괄적인 이민 개혁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정체성 형성이 아직 진행형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립니다. 공시적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의 정체성은 백인과 기독교, 그리고 서양 문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유권자의 75%가량이 백인인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화당의 노선이 바로 이런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데요, 현재의 미국과 미국민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이념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이민자를 받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자격을 갖춘 사람인지를 선별적으로 가려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특히, 값싼 노동력의 불법 이민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저숙련 백인 근로자들의 불만은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 비결이기도 한데요, 이처럼 공화당은 불법 이주 노동자들로부터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을 중시합니다.
민주 공화,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 대선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가 이민 정책임은 분명한데요, 이민 정책이 단순한 정책을 넘어 미국의 정체성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단 점을 인식하고 이번 선거를 바라본다면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취재파일] 이민 정책 뒤에 숨겨진 '미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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