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와 계모에게 학대받아 숨진 뒤 암매장당한 신원영 군의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지역 아동보호센터도 1년 넘게 원영이 남매를 관찰하며 특이 사항을 아주 구체적으로 수십 쪽에 걸쳐 기록해 놨는데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많은 이상 징후들을 보고도 전혀 손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남매의 상담 일지를 정혜경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제 아무리 분노해도 원영이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얼마든지 이 비극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3년 원영이를 처음 발견한 아동보호센터는 곧바로 문제를 인지하고 그때부터 개입이 필요하단 말을 여러 차례 문서로 남겼습니다.
원영이가 밥을 걱정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든가 너무 배가 고팠는데 김밥을 먹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는 점 등을 일일이 적으며 원영이가 유독 먹을 것에 집착한단 점도 강조했습니다. 넘어지거나 누가 괴롭히면 말없이 눈물을 흘린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또한, 원영이의 계모와 친부가 얼마나 쌀쌀맞은 태도를 보였는지도 자세히 기술해 놨는데요, 집의 초인종을 누르자 그들이 내 자식은 내가 키운다며 몰아붙였다고 적혀 있고, 원영이가 1주일 넘게 같은 옷을 입고 우산도 없이 다니는 것에 대해 묻자 계모는 우산을 사줘도 자꾸 잃어버리는데 왜 사줘야 하냐고 대꾸했다는 점도 담겨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계모가 원영이를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럽다며 그렇게 걱정되시면 맡아서 키워주셔도 된다고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친부도 전화를 해서는 친엄마도 밥을 안 줬는데 왜 이 여자에게 그러냐며 계모를 두둔했단 이야기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제도상 부모가 친권을 앞세우며 자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때 관계 기관이 그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센터도 더 이상 목소리를 높이기는 힘들었던 겁니다.
게다가 원영이의 친부는 월수입 5백만 원이 넘는 번듯한 직장인이었기에 더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원영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 곳은 가정이 아닌 센터였습니다.
어느 날 원영이가 선생님을 우주만큼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가슴 아픈 한 줄은 우리로 하여금 무조건 가족이 정답이라는 신화에서 깨어나 부모의 변화로부터 비롯되는 가정의 회복과 올바른 공적 부조의 필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 [취재파일] 7살 원영이가 이승에 남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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