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보유국들이 핵무기 경쟁을 멈추고 핵군축에 나서라며 태평양 섬나라 마셜제도가 낸 국제 소송의 심리가 시작됐다.
8일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에 따르면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마셜제도가 인도, 파키스탄, 영국을 상대로 핵군축 의무를 주장하는 소송의 첫 구두변론이 열렸다.
마셜제도는 앞서 2014년 4월 핵보유국들이 군축 의무를 저버려 인류 정의를 짓밟았다며 핵보유국을 상대로 ICJ에 소송을 냈다.
마셜제도가 제소한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핵확산금지조약(NPT) 출범 전 핵 보유 5개국과 이후 핵 보유를 선언한 인도, 파키스탄, 북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이스라엘 등 9개국이었다.
ICJ는 이 가운데 일방적인 제소에도 재판에 응하겠다며 ICJ의 강제적 재판관할을 사전에 수락한 인도, 파키스탄, 영국 등 3개국에 대해서만 재판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북한과 미국 등 6개국은 ICJ의 강제적 재판관할을 수락하지 않았기에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셜제도의 토니 드브럼 장관은 7일 인도를 상대로 한 첫 심리에서 오랫동안 자국에서 미국 핵실험이 이뤄졌음을 상기하며 "우리 나라 몇몇 섬은 (핵실험으로) 사라졌고 다른 몇몇 섬은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다"고 밝혔다.
드브럼 장관은 9살 때인 1954년 자신이 살던 곳에서 200㎞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온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며 "이 실험으로 많은 이들이 숨지고 신생아들이 전에 보지 못한 기형을 겪었으며 암 환자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도는 NPT 가입국이 아니지만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은 국제관습법상 의무"라면서 "인도가 이런 의무에 어긋나게 핵무기를 늘리고 개량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셜제도는 8일과 9일에는 파키스탄과 영국의 핵 군축 의무 위반을 주장할 예정이다.
10일부터는 인도와 파키스탄, 영국이 항변을 시작한다.
인도 등은 우선 이 사건에 관해 ICJ가 재판할 관할권이 없다거나 마셜제도가 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며 각하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마셜제도에서는 오랫동안 미국의 원자폭탄 실험이 벌어졌다.
비키니와 에니위탁 등 마셜제도가 보유한 산호섬들에서 1946∼1958년 사이 미국의 핵실험이 67차례 실시됐으며 특히 1954년에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천 배 규모인 수소폭탄도 실험됐다.
한편 ICJ는 1996년 권고적 의견에서 핵보유국들이 핵무기 감축을 위해 협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핵보유국, 핵무기 감축 나서라"…국제재판 심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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