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제 사드 문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돼 버렸습니다. 중국 측은 강한 거부감을 숨기기는커녕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고, 한국은 중국의 거부와 상관없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한 달 남짓 사이 사드 문제는 단순히 국방 문제를 넘어 이제는 외교 문제, 경제 문제까지,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사드 문제가 시작된 것은 2014년 6월이었습니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즉각 반발했고, 이후 사드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 문제에 관한 한 3No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결정도 없었고, 우리에게 요청도 없었으며, 우리와 협의한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 물론 중간 중간 정치권 일각에서 사드 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올 1월 들어 상황이 급변합니다. 1월 6일 북한이 이른바 ‘수소탄 시험’을 감행하자 정부의 대응이 빨라졌습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이다”라고 사드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화했습니다.
이후 한미 간 협의가 진전되면서 공동실무단 발족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중국은 주한 대사의 입을 통해 “한중 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도 있다”는 위협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사드 문제가 이렇게 한중 간 첨예한 대립의 원인이 될 이유가 있었을까요? 사드가 북핵 문제와 연계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처음 출발을 보면 사드 문제는 우리가 아닌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주가 돼야 하는 문제입니다.
2007년 유럽에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MD)를 유럽에 배치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대상 국가는 폴란드와 체코, 미국은 당시 이란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배치 이유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북핵 위협도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이란이나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경우 유럽도 위협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해 막겠다는 구상입니다.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명목은 이란이나 북한의 위협을 들었지만 결국 러시아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입니다. 러시아는 폴란드가 미국의 요격망을 받아들이면 핵 공격까지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당시 국내 여론도 좋지 않았습니다. 폴란드 국민들은 57% : 21%로 반대가 많았고, 체코는 더해서 67% : 15%의 압도적인 반대가 나왔습니다.
미국은 2008년 폴란드와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결국 일보 후퇴했습니다. 2009년에 흑해에 주둔하는 이지스함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는 방안으로 러시아의 양해를 얻는 대신 폴란드 배치안을 철회했습니다. 미국은 이후 2010년에는 루마니아에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폴란드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은 뒤 2015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이렇게 폴란드나 체코, 루마니아가 미국의 MD와 관련해 러시아와 직접 대면한 일은 없습니다. MD 자체가 미국의 대 러시아, 대 중국 견제용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미 본토에 NMD를 배치했고, 서유럽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터키에 요격 레이다 망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는 카타르에, 동북아에서는 일본에 이미 레이다 요격망을 배치한 상태고, 동남아 지역의 한 국가에도 이 체계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영국이나 그린란드에 있는 기존 미군 기지들의 요격망을 업 그레이드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업 그레이드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이 반발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그동안 미국의 MD는 러시아가 주 대상이었는데 이제 중국도 주요 대상으로 포함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한국과 동남아 어느 국가에 MD가 건설된다면 이는 분명히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인식할 것입니다. 이번 사드 문제의 첫 번째 핵심은 이렇게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비용입니다. MD를 구축하는 데에는 엄청난 돈이 듭니다. 폴란드가 MD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50억 유로 정도라고 추산됩니다. 미국에서도 동유럽 MD 구축에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 불만도 제기됩니다.
“왜 미국이 유럽의 MD에 돈을 내야 하는가?”(내셔널인터레스트, 2012.5.)라는 불만입니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얘기입니다. MD가 미국의 필요로 배치되는 만큼 미국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유럽 국가들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의 대응을 보면 우려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사드를 북핵 문제의 연장선에서 논의하니까 당연히 우리의 필요에 따라 미국에 요청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비용을 누가 대야 할까요? 논리적으로 우리가 협상에서 불리해 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사드가 북핵을 견제하기 위해 배치되므로 당연히 우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래도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드 논란을 보면 우리의 대외 정책에 과연 원칙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드의 경우 국방 문제에 그치지 않고 외교, 나아가 경제에까지 곧바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는 것은 이미 2007년 동유럽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사드에 관한 한 우리 정부의 3No 정책이 일관되게 작용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미국이 스스로 철회하지 않는 한 사드가 우리나라에 배치된다는 것은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왜 사드가 배치돼야 하는지, 비용 부담은 어떻게 되는지, 앞으로 중국과 대화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미국의 역할은 무엇이 될지, 또 러시아의 반발은 누가 어떻게 무마할지 이런 다양한 의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해 주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투명하게 전개되지 않는다면 사드 논란은 국제적으로도 국내적으로도 두고두고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칼럼] 사드 : 우리의 대응은 적절한가?
배치비용은 누가? 중러 설득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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