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주여성이 한국에 오기 전 성폭행을 당해 출산한 사실을 시댁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남편이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41살 김 모 씨가 부인인 26살 A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A 씨가 위자료로 3백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두 사람은 국제결혼중개로 지난 2012년 A 씨의 모국인 베트남에서 결혼했습니다.
이후 한국에서 살다 A 씨는 시아버지에게 성폭행과 추행을 당했고 시아버지에게는 징역 7년이 확정됐으나 재판 과정에서 A 씨의 과거 출산 경험이 드러났습니다.
A 씨는 13살 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으며 8개월 만에 집으로 도망친 뒤 아들을 낳았고, 이 아들은 남자가 데려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편은 A 씨가 맞선 당시는 물론 결혼 뒤에도 출산한 사실을 숨겼다며 혼인 취소와 위자료 3천만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민법상 사기로 인해 혼인 표시를 한 때에는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A 씨는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도 남편이 방치했다며 이혼과 위자료 1천만 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습니다.
1·2심은 출산 경력을 알았다면 남편 김 씨가 A 씨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행으로 출산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기 결혼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고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라며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민법상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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