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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평양 때문에 'PyeongChang'으로 확정

[취재파일] 평양 때문에 'PyeongChang'으로 확정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강원도가 북한의 수도 평양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평창의 영문 표기를  'PyeongChang'으로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FP 통신을 비롯해 중국과 영국 등 세계 각국 매체들은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어제(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평창을 방문하려던 외국인이 북한의 평양으로 가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평창의 모든 영문 표기를 'Pyeong chang'에서 ‘Pyeong Chang’으로 변경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평창의 영문 표기에 대한 논란은 이미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0년대까지의 표기는  ‘Pyongchang’이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Pyongyang’과 헷갈린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습니다. 그래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Pyeongchang’으로 변경했습니다.

하지만 평창은 2003년과 200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연거푸 쓴잔을 마셨습니다. 당시 평양과 평창의 국제적 지명도 차이는 100배가 넘었다는 게 정설입니다.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평양을 모르는 외국인은 많지 않지만 강원도 평창은 무척 생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평창이 두 번 떨어진 게 ‘평양’의 나쁜 이미지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년 전에는 한국의 평창을 방문하려던 외국인이 평창과 평양을 혼동해 북한의 평양에 도착하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케냐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다니엘 올로마에 올레 사피트 씨(43세)는 2014년 9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려고 항공권을 구입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보니 김일성 주석 사진이 걸린 평양 순안공항이었습니다.

평창에 가는 항공권이 필요하다는 사피트의 문의에 케냐 현지 여행사 직원이 평창의 영문 표기인 ‘Pyeongchang’으로 도착지 검색을 하다가 이와 비슷한 평양(Pyongyang)으로 발권해 버린 것입니다. 사피트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에도 평창으로 가는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항에 내리자 사피트를 맞아준 건 군인들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였습니다. 북한 비자가 없었던 사피트는 입국장에서 북한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여러 시간 붙잡혀 있다가 각서를 쓰고 베이징으로 쫓겨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항공권 값이 두 배로 들었고 비자 없이 입북하려던 죄로 500달러의 벌금까지 냈습니다.

사피트는 “평양에서의 하루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가려는 사람들은 보험계약서 보듯이 지명 공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항공권 예약을 해준 여행사 직원은 ”남북한이 분단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는 게 없었다”면서 “이런 실수가 자주 일어날 것”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해 뉴욕 타임스 등 해외 언론들은 “평창과 북한의 평양이 발음이 유사해 외국인들에게는 혼란이 있다. 평창을 평양으로 혼동한 외국인들이 동계올림픽 개최지 방문을 꺼려 올림픽 흥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약속처럼 ‘Pyeongchang’에서 ‘PyeongChang’로 바꿔도 달라진 것은 소문자 'c'에서 대문자 ‘C’로 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PyeongChang’으로 표기해왔습니다. 하지만 해외 언론은 거의 대부분 여전히 ‘Pyeongchang’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 혼자만 ‘PyeongChang’으로 10년 넘게 표기해왔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평창과 평양이 헷갈리는 큰 이유는 공항의 존재 여부입니다. 외국인이 평창을 방문하려면 대부분 항공기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평창에는 공항이 없습니다. 세계 각국 여행사에서 컴퓨터에 ‘Pyeongchang’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가장 비슷한 공항 이름이 나옵니다. 그것이 ‘Pyongyang’입니다. 단순히 영문 표기를 바꾼다고 해서 혼동 사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강릉 동계올림픽'으로 공식 대회 명칭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조직위와 강원도는 이런 상황을 깊이 인식해 하루빨리 특단의 해외 홍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평창으로 오려던 외국인이 북한의 평양으로 가는 황당한 일은 2년 전 해프닝 한 번으로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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