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조건이라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연구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서 1년 연봉을 3년 동안 9배 보장해 준다는 뜻입니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서 중국이 우리 우수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데요. 자칫 국가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SBS 경제부 한세현 기자와 자세한 말씀 좀 나눠보겠습니다. 한세현 기자 어서 오십시오.
▶ 한세현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139조건 파격적인 조건인 거죠? 그런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는 거죠?
▶ 한세현 SBS 기자:
저도 처음에 이 얘기 들었을 때는 진짜인가? 잘못 들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요. 왜냐하면 연봉의 9배라고 하면 말 그대로 월급 액수의 뒤에 0이 하나 더 붙는 거거든요. 가령 연봉이 7천만 원인 연구원이 있다면 연봉의 9배인 5억 6천만 원을 3년 동안 즉 16억 8천만 원을 중국 기업에서 받을 수 있단 얘기가 나오는데 보통 직장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실제로 취재를 해보니까 중국 기업들이 이렇게 엄청난 조건을 제시하면서 국내 반도체 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반도체 인력 영입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 한세현 SBS 기자:
중국 기업들이 탐을 내는 인력들은 대부분 석박사급 인력들인데요. 회사에서 최소 15년에서 20년 이상 반도체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앞서 중국 기업들은 연봉의 9배까지 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하지만 모든 연구원에게 9배까지 주는 건 아니고요. 국내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핵심 인력들에게 이런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에게도 어디에 근무를 했느냐, 부서, 직급에 따라서는 다르지만 그래도 대개는 연봉의 3배에서 5배 정도는 주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봐야 할 점은 단순히 연봉을 더 많이 준다는 게 아니라 중국 기업이 노리는 영입 대상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과거에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핵심 임원 같이 핵심 주요 보직을 거친 사람들이 영입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부장, 차장급까지 영입대상이 내려왔습니다. 그만큼 우리 국내 연구 인력 인기가 높다는 반증인데요.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영입 제의를 받은 연구 인력은 약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연봉만 많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하고 있다면서요?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원들도 집에 가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들인데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모든 걸 다 버리고 낯선 나라인 중국으로 가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초고액 연봉에다 별도로 제시한 게 집과 차량 그리고 자녀교육입니다. 일단 집은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이나 평창동, 성북동 같은 부촌에 위치한 최고급 주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요. 기사가 달린 차량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 현지 지리나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섬세한 배려를 해주고 있는 거고요.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자녀교육입니다. 가장들에게는 아이들 교육만큼 중요한 게 사실 없거든요. 그래서 중국 현지에서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게 자녀들이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보장해주겠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까지 하면 말이죠. 정말 흔들리겠어요. 많이 흔들릴 것 같은데. 이렇게 중국기업으로 이직했거나 혹은 이직 제의를 받은 연구원 한 기자가 직접 만나봤다면서요?
▶ 한세현 SBS 기자:
제가 연구원들을 이직 제의를 받았거나 이직한 연구원들을 만나봤는데요. 이분들은 하나같이 했던 말이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받으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제 국내 대기업의 한 고참급 부장 연구원은 저한테 건넨 첫마디가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후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거였습니다. 오래 공부해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어렵게 회사를 들어왔고 입사해서는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 포기하고 가족 건강 이런 거 다 포기하면서 일에 매달렸는데 지금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영입 제의를 뿌리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연구원을 어렵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연구원은 뜻밖에도 다른 이직한 데에는 돈뿐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기술, 연구인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랄까요. 또 그에 걸맞게 대우해주려는 자세랄까요. 그런 문화가 마음에 들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는 왜 이 길을 선택했을까 후회도 하고 했는데 막상 이런 제안을 받고 보니까 그래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중국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선정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현재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약 20% 정도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데요. 하지만 기술력이 떨어지다 보니까 반도체 대부분을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이 지난 2014년에 시진핑 주석이 나서서 직접 중대 발표를 하게 됐는데 반도체 산업을 국가 7대 산업으로 선정하고 자국의 메모리 반도체 소비량의 40%를 국산화하겠다. 이런 야심찬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서 오는 2020년까지 수십조 원을 투입해서 인재 육성과 반도체 회사 인수 합병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7월에는 반도체 D-RAM과 낸드플래시 점유율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사 인수를 시도하면서 인재영입에 첫 신호탄을 쏴 올렸습니다. 미국 정부 반대 등으로 실제 인수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중국이 얼마나 반도체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해 10월엔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웨스턴디지털이라는 조그마한 회사가 일본 도시바와 합작으로 미국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인 유명한 회사죠. 샌디스크라는 회사를 1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3조 1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습니다. 이런 굵직한 사건이 최근 1년 안에 벌어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회사도 사들이고 있고 무엇보다 인재영입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스카웃을 해가는 거예요?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모든 산업은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한데 반도체 산업은 조금 독특한 특성인데 다른 산업과 비교해서도 사람이 가진 노하우가 어느 산업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가령 스마트폰을 회사별로 공정이나 부품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요. 삼성전자나 애플, LG전자 이런 데에서 만드는 스마트폰의 제조공정은 사실 대동소이합니다. 그런데 반도체는 전혀 다르거든요. 이를테면 같은 D-RAM 반도체라고 해도 각 회사가 쓰는 화학 물질이 다르고 또 어떤 장비를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제품에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20년 넘게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개발해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핵심 인력들을 데려가면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노하우를 단번에 습득을 할 수 있는데요. 박재근 한양대 나노반도체 공학과 교수 설명이 재밌었는데 요즘 요리사들이 셰프들이 인기가 많은데 반도체 제조 기술도 독특한 요리법과 같다.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어느 요리사가 만든 지에 따라서 전혀 다른 맛이 나온다. 그래서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가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얼마 전이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서 최고 임원을 지낸 인재가 중국으로 이직을 했는데 이런 인재들이 중국 기업으로 가게 되면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거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문제, 어떤 해결책이 있을 수 있을까요?
▶ 한세현 SBS 기자:
쉽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취재하면서 궁금했던 게 중국으로 건너간 인력들은 어떻게 지낼까, 행복하게 살까, 이런 점이 궁금했거든요. 수소문한 끝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10여 년 전에 중국으로 건너간 2003년에 LCD 연구 인력들이 한 번 건너간 적이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중국 기업이 약속한 연봉을 다 받지 못하거나 번 돈을 국내로 송금하지 못하고 그리고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중국에 계속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약속과 다른 경우가 많았군요?
▶ 한세현 SBS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기업은 어떻게든 국내에서 데려간 인재 노하우를 빨리 빼내고 빼낼 게 없으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연봉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요. 일부 얘기긴 하지만 약점을 좀 잡는다고 할까요. 불법 유흥 주점 같은 데 데려가서 거기에 대한 증거를 남기고 이를 빌미로 돈을 안 주고 기술을 다 뺐으니까 퇴사해라. 이렇게 협박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빼낼 건 다 빼냈으니까 이제 가라, 돌아가라, 이런 말이군요?
▶ 한세현 SBS 기자:
이런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중국으로 이직하는 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런 걸 알려줄 필요가 있겠고요. 더 근원적으로는 퇴직한 임직원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우리 사회에 다시 돌려줄 수 있게 가령 퇴직한 연구 인력을 대학에서 산업 협력 교수로 다시 받는다든지 국책연구소에서 다시 영입하는 이런 대안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면서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요. 해외로 이직한 고급인력들이 이직 사유로 고용 불안, 과도한 근무 시간, 폐쇄적인 조직문화, 낮은 연봉, 과학기술인 홀대 이런 걸 꼽은 건 우리 기업과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중국은 반도체 인력 십만양병설 이른바 이런 식으로 해서 집중적인 투자도 하고 있다는데 우리는 큰일이네요. 갈수록 이공계 대학생들 반도체 연구도 기피하고 있고 말이죠.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경제부 한세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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