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유명 관광지로 꼽히는 국립박물관이 국내 최대 보물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는 투탕카멘 황금마스크 촬영을 이례적으로 허용해도 외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12월31일(현지시간) 오후 기자가 찾은 카이로 도심의 이집트 국립박물관 2층 특별 전시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가 진열된 전시실 앞에서는 예상과 달리 진입 순서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의 줄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략 면적 66㎡ 규모의 전시실에 바로 들어서자마자 중앙에 투탕카멘 마스크가 투명한 진열 상자 안에 놓여있는 게 단번에 눈에 띄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황금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그 마스크 앞에 이집트인 관람객 5~6명이 모여 사진을 찍거나 그 주변에 전시된 보물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투탕카멘 앞에 선 관람객들은 여러 각도에서 다른 자세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이 중 한 여성은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곧이어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아시아인 무리가 들어오고 나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 중 한 명이 사진을 찍을 때 갑자기 플래시가 터지자 전시실에 상주하는 한 감시 요원이 다가와 "플래시는 안 된다"고 제지를 했다.
22년째 이집트 박물관 안내를 해 왔다는 이집트학 전문가 알라 엘딘 알호므리(45)는 "원래 박물관 내 사진 촬영은 지금껏 엄격히 금지됐는데 매년 관람객 수가 계속 줄자 이번에 매우 이례적으로 무료 사진 촬영을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초 이집트 시민혁명 전에는 카메라를 들고 박물관에 진입하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에 비하면 관광객들의 카메라·휴대전화 촬영 허용은 매우 파격적인 조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 과거엔 투탕카멘 마스크를 보려면 1층에서부터 2층에 걸쳐 길게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고 그는 전했다.
게다가 혁명 전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박물관 방문객의 절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이집트인이 대다수이고 외국인은 중국인, 인도인, 일본인 등 단체 관광객만 가끔 들르는 형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5년 전 성수기 때는 하루 평균 박물관 방문객 수가 2만5천~3만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평일 기준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400~500명으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전시실에서 만난 한 40대 영국인 관광객은 "15년 전에도 이 박물관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땐 투탕카멘 사진 촬영이 금지됐었다"며 사진 촬영을 위해 이번에 박물관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이 관광객은 이 전시실에 10분 이상 머물며 전시물 하나하나에 정밀 사진기를 들이대며 연방 셔터를 눌러댔다.
투탕카멘 전시실을 제외하고는 다른 장소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었다.
이 박물관은 1~2층 구조로 돼 있는데 전체 약 15만개 유물과 미라, 전시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2층 투탕카멘 전시실 안팎에만 관광객이 다수 모여 있을 뿐 다른 장소는 매우 한산하기까지 했다.
박물관측과 이집트유물부가 이번에 투탕카멘 촬영을 이례적으로 허용한 것은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이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이 축출된 시위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자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박물관은 심각한 재정난까지 겪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것은 박물관의 위치 특성 탓이기도 하다.
5천 년의 이집트 역사가 집결된 이 박물관은 2011년 발생한 이집트 혁명의 발원지로 여겨지는 타흐리르 광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광장에서는 혁명 이후 정권을 잡은 이슬람 성향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반대 대규모 시위를 비롯해 작년까지 반(反) 군부 시위까지 정치적 혼란이 쉴 새 없이 계속돼왔다.
시위대와 군경을 충돌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군경의 경비가 삼엄해 지자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자연히 뜸해졌다.
이날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 2차례 검문소를 거쳐야 했고 정문 검문소에서는 무장한 경찰들이 일일이 신분 확인과 소지품 검사를 했다.
박물관 앞에 조성된 잔디밭에는 들개 4마리가 장난을 치며 뛰어다니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박물관 풍경이 더욱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박물관 관계자는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려고 오는 7일까지만 박물관 내 촬영을 허용하기로 했다"며 "그 이후에는 이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2020년까지 카이로 외곽 기자주(州)에 있는 피라미드 인근에 새로운 국립박물관 건립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투탕카멘 촬영' 허용해도…이집트 유명 국립박물관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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