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보수우파 정권이 헌법재판소를 무력화시킨 데 이어 공영방송 장악에 나섰다.
유럽 언론단체들이 이를 일제히 비판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폴란드 정부에 해명을 촉구하는 등 폴란드 정권의 민주주의 훼손을 둘러싼 EU와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폴란드 하원은 30일(현지시간) 공영방송을 사실상 정부의 선전도구로 만드는 미디어 법안을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다고 EU옵서버 등 유럽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지난 28일 제출돼 의회 토론이나 사회적 논의도 없이 바로 처리된 이 법안은 집권 법과 정의당(PiS)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도 곧 통과되고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공영라디오와 TV를 '국가적 문화 기구들로 재편하는 개혁'을 위한 것이며, 새 체제가 마련되기 전까지 공영방송을 '재무부 장관의 통제 하에 둔다'고 돼 있다.
또 기존 중립적 기구인 방송위원회가 아닌 재무부장관이 공영방송사들의 이사진을 사실상 임명하고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집권당은 "다수 유권자가 지지하지 않는, 이념적 정치적 지향을 여론으로 잘못 전달해온 공영 미디어를 국민에게 돌려주려 법안을 만들었다"며 "이는 언론개혁의 1단계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얀 드보락 방송위원회 위원장은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는 민주사회의 공영 미디어 운영 원칙들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국영 미디어가 정부에 완전히 종속됐던 과거 (공산정권) 모델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 유럽방송연맹(EBU), 유럽기자연맹(EFJ), 유럽기자협회(AEJ) 등도 공동성명을 내어 "폴란드 다수당이 벼락치기로 처리한 이 법안에 분노한다"고 성토했다.
이들 단체는 이 법안이 "공영 미디어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다원주의를 보장하는 기존 안전장치들을 폐기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공영 미디어의 불편부당성, 객관성, 공정성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산 독재의 잔재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공정한 미디어를 쟁취하려 애쓰는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등 인근 국가들이나 러시아의 언론인과 시민들도 낙망케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U 집행위원회도 30일 폴란드 외무 및 법무장관 앞으로 각각 보낸 서한에서 이 법안에 대해 우려하면서 설명을 요구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미디어의 자유와 다원주의는 다원적 사회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며 이는 EU의 창설 기반인 공동가치로 회원국들이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미디어법은 지난 10월 총선에서 8년 만에 재집권한 PiS가 폴란드 사회를 '보수 가톨릭과 전통적 가치'에 기반한 사회로 개조하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당수를 맡은 PiS는 유럽통합과 서구식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에 부정적이다.
카친스키 당수는 자신이 총리에 직접 나서지 않았으나 내각과 국정운영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PiS는 집권하자마자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받아왔다.
EU 집행위는 1월13일 폴란드 사태를 다룰 예정이며, 유럽의회도 1월 중에 폴란드 민주주의 위기를 논의한다.
(연합뉴스)
헌재 무력화한 폴란드 정부 이젠 공영방송 장악 나서
EU와 갈등 확대, 유럽언론단체 "언론자유·독립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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