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오늘(26일) 모실 분은 공직자부정부패 방지 법안인 일명 김영란법을 제안한 분이시죠. 김영란 전 대법관입니다. 최근에 판결 비평서라고 할 만한 책을 내놓으셔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김영란 전 대법관과 직접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님 나와 계시지요?
▶ 김영란 전 대법관:
네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시고 해서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 많았는데 그동안 책을 준비중이셨나 봐요?
▶ 김영란 전 대법관:
네. 강의하고요. 책 쓰고 그랬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라는 책인데 어떤 책입니까?
▶ 김영란 전 대법관:
제가 대법관 그만 두고 나서 권익위원장을 그만 두고요. 학교에서 강의를 한 강좌 계속 해왔습니다. 그 강의를 하면서 제가 한 학기에 20개 정도 강의를 했는데 강의했던 판결 중에 10개를 뽑아서 강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쓴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책의 부제가 보면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이렇게 돼 있더라고요. 10가지 사건은 어떻게 고르신 거예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제가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읽기 어려운 굉장히 논쟁이 복잡하고 판결문이 길고 또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점이라 꼭 읽어봐야 하는 그런 것들을 학생들이 혼자 읽기 어렵겠다 싶어서 주로 그런 사건들을 제가 추려서 강의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보면 우리사회에서 보면 큰 이슈가 됐던 그런 사건들이 등장을 하는데요. 특히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이 존엄사 논쟁을 촉발시켰던 김할머니 사건이던데요?
▶ 김영란 전 대법관: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 굉장히 논란이 됐었죠, 2009년이었는데 당시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주목 받았는데 그 판결을 내리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그 할머니께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 계신데 그 호흡기를 떼는 걸 해야 하느냐 말아야 되느냐가 문제 된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 호흡기를 달고 계신 분들 떼라고 그러면 그냥 돌아가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게 가능하냐. 판사들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냐. 의사들이 할 수 있냐. 이런 게 굉장히 문제가 됐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이 판결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 김영란 전 대법관:
그런데 사실은 다른 나라의 경우는 영양 공급하는 것도 못하게 한다든지 최근에는 미국이나 또 유럽에 스위스 같은 나라나 이런 데는 적극적인 안락사까지는 허용하는 곳이 생길 정도인데 우리는 이것을 영양 공급을 끊는다든지 이런 게 아니고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단계에 이미 들어섰다는 판단이 되신 분에 대해서 자연사를 하실 수 있게 여러 가지 강제적으로 호흡을 시킨다든지 하면 좋지만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세계적인 논쟁 중에서는 아주 출발하는 그런 것에 불과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제 우리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 김영란 전 대법관:
네. 첫걸음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존엄사와 관련 법제화 어떤 견해를 갖고 계세요?
▶ 김영란 전 대법관:
그러니까 이제 일일이 모든 사람이 법원에 와서 죽음의 단계에 들어섰습니까, 안 들어섰습니까, 판단을 주십시오, 이러면 사실 판사도 판단하기 곤란하고요. 의사들도 그렇게 하면 굉장히 지장이 많으니까 그것에 대해서 제도적으로 어떠어떠한 단계를 거쳐서 어떻게 판결한 경우에는 굳이 법원으로 오지 않아도 판결의 취지에 따라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나 이런 게 만들어져야 하는데요. 아직 계속 논의 중에 있고 아직 법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서요. 빨리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10년 동안 법정 공방을 펼친 삼성 사건도 책에서 쓰셨던데요. 근원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 이런 반성적인 회고담도 담아 내셨더라고요?어떤 의미인가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저희가 법리 논쟁을 치밀하게 굉장히 치열하게 해서 결론을 내긴 했습니다. 했는데 강의를 하려고 그 판결을 곰곰이 읽어보니까 뭔가 찜찜하게 놓친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강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 그냥 판결에 있는 법리만 소개하고 끝날 것이냐, 아니면 뭐가 찜찜해서 뭐를 놓친 것 같으냐 이걸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놓친 것이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이 왜 문제가 됐고 왜 그렇게 어떤 기업의 지배구조 또는 상속 구조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상법 교수들이나 사회단체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한 게 처벌해라, 유죄를 해라, 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나라 재벌의 지배구조에 담겨있는 문제점을 어떻게든 개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과연 거기에 기여를 전혀 못하는 그냥 조직 문제의 답만 내버린 판결이 되었다. 그러면 근본적인 문제는 뭐였냐. 이런 걸 계속 생각한 끝에 제 나름대로 재구성을 해본 겁니다. 우리가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생각했었어야 했느냐 이런 것을 그걸 써봤습니다. 재구성의 과정을.
▷ 한수진/사회자:
재판장으로서 고뇌가 컸던 그런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요.
▶ 김영란 전 대법관: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대법관 재임 시절에 보면 소수자의 대법관으로도 통하셨는데 역시 동성동본 결혼이라든지 양심적 병역거부, 성소수자 관련 사건들도 책에서 다루셨던데요. 이런 사건들은 또 우리사회에 변화를 반영한 사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최근 대법원이 보수화됐다,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판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란 전 대법관:
그래서 제가 여기서 소수 의견이고 전부 다 쓰고 내용도 요약하고 해설하고 이렇게 한 일은 사회가 변해가고 있는데 법원이 빨리빨리 쫓아가지 못하는 곳입니다. 법은 사실 사회 변화에 쫓아가는 편이거든요. 사회가 어느 정도 변했다는 그런 것을 법 공동체랄까 이렇게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법률가의 조직이 아니라 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회 상식을 가진 공동체라는 관념을 가졌을 때 그 공동체가 어느 정도 변했느냐 라는 걸 법에서 알 수가 있어야 그게 법인지 변화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책에서 어느 정도까지 변했냐 라는 걸 보여줄 수 있겠다. 이것을 소개함으로써. 라고 해서 동성동본 결혼이나 이런 문제들을 다루긴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변해가고 있는 조짐을 보여주는 것까지만 제가 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렇게 보여준 조짐이 있으니까 대법원이 빨리빨리 왜 쫓아가지 않느냐. 그것만 가지고 보수냐, 진보냐, 이렇게 말하기는 참 곤란한 것이요. 개개인의 대법관에 따라, 아이템에 따라 굉장히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제가 여성 문제에 관해서 대법원에서 판결 할 때마다 느낀 것이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대법관님들도 보수적인 분들이 굉장히 많으시고요. 반대의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대법원은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다 보면 색깔이 다 달리 나오는 것인데 이것을 그냥 보수다, 진보다, 이렇게 해버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결국 사회에서 어떻게 나가냐 하는 것이 반영되는 것이니까 사회가 부침을 거듭하듯이 대법원도 부침을 거듭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할 수밖에 없네요.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마 이 정도 말씀하시면 많은 분들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하는 생각도 하실 것 같은데요. 책 얘기는 또 여기까지 말씀을 나누도록 하고요. 모신 김에 이 말씀 좀 여쭈고 싶습니다. 지금 복면 금지법 이야기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요 며칠 사이에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여쭙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이슈가 되고 있는 단계이지 구체적인 법이 나온 것도 아니고 저는 이슈 굉장히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많은 토론을 해서 우리사회에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이걸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우리나라는 너무 토론을 하지 않고 토론 끝에 합의점에 도달하는 이걸 좀 너무 상실한 것 같아요. 많은 토론을 하자, 저는. 어떤 문제든지 던져서 토론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 한수진/사회자:
이 법도 논의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말씀이시군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지금 뭔가 던졌을 뿐이지 않습니까. 일각에서 던져졌을 뿐이니까 정말 활발한 논의를 해야 되겠다. 그럼 정말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답이 나올 것이다. 법은 국민들이 뽑아준 국민들을 대표하는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만드는 거니까요. 그래서 충분히 논의를 열심히 해달라. 저는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2월 10일이죠. 다음 달 10일인데요.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 위헌 소위가 열립니다. 헌재로 간 상황 어떻게 보세요?
▶ 김영란 전 대법관:
이 문제도 결국 이 법이 밀실 속에서 만들어져서 어느 날 탁 던져지면 그 법은 큰일난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그동안 이 법에 찬반 논의가 있고 여러 토론이 있었으니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을 하고요. 헌재에서도 그 문제를 열심히 토론을 해서 우리사회에서 이 법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이 문제인지가 다 드러나고 찬반이 활발히 사회에서 전개되고 난 뒤에 이 법이 시행되어야만 정말 실효성 있는 법이 될 수 있다. 저는 그래서 정말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누가 정해서 놓은 게 아니고요. 우리 국민들 스스로 활발한 토론을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똑같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명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한 번 모시고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 김영란 전 대법관: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영란 전 대법관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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