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모두가 비싸게 사고, 대리점은 울상인데, 통신사는 웃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단통법의 비밀, SBS 경제부 김범주 기자가 설명합니다.
단통법(단말기통신법)은 작년에 시행됐는데요, 스마트폰 시장은 그 1년 동안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혜택을 본 쪽은 통신사입니다.
상반기에 벌어들인 이익을 보면 작년과 확 차이가 납니다. 증권사들 전망으로는 앞으로 몇 년간 이런 성장세는 이어질 거랍니다.
이런 폭발적 성장세의 비밀은 역시 단통법입니다. 단통법은,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똑같은 값에 사게 하자는 법입니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을 팔 때, 손님을 끌기 위해서 보조금이란 걸 줍니다.
전 세계 대부분 통신사가 마찬가지죠. 문제는 이 보조금이 그동안은 불투명해서, 어느 가게는 50만 원, 어느 가게는 20만 원을 주기도 하고, 손님 봐가면서 이 손님을 속일 수 있겠다 싶으면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위 '호갱'이라고 부르는 일이 벌어졌죠. 그래서 법으로, 전국 어디서나 보조금을 똑같이 주게 한 겁니다. 들어보니 괜찮은 제도 같죠?
그런데 통신사가 이득을 보는 비밀 하나가 이 법에 숨겨져 있습니다. 보조금 액수를 정부가 최고 35만 원 이내에서만 주도록 정한 겁니다.
통신사들은 정부 핑계를 대면서 지난 1년간 전보다 훨씬 적은 보조금을 줬고, 큰돈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모두가 비싼 값에 스마트폰을 사게 됐고요.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시장이 아니라, 누구나 비싸게 사는 시장이 됐습니다.
자, 통신사는 그래서 돈을 벌었습니다. 정부는 법을 만들 때, 통신사들은 그러면 요금을 내릴 거라고 했습니다. 그럴까요? 지금도 담당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렇다, 단통법 이후로 가계통신비가 줄었다.'고 이야기합니다.맞습니다. 가계 통신비는 줄었어요.
그런데, 가계통신비는 단통법 시행 이전부터 줄고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 빠듯해서 소비를 줄이는데, 통신비만 늘릴 리가 있나요.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비싸서, 스마트폰을 덜 사게 된 것도 가계통신비가 내려가는데 한몫 했다는 평가입니다.
붙여넣기그래서 단통법 전과 후를 제대로 비교하려면 사람들이 스마트폰 요금으로 얼마를 냈는지만 떼서 보는 게 맞겠죠. 이걸 가입자 당 평균 매출, ARPU라고 부르는데, 살펴보면 단통법 전보다 오히려 올랐습니다. 요금은 내려가지 않았다는 거죠.
정리해보자면 스마트폰 값은 올라갔고, 통신요금은 그대롭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이 낡아도 바꾸는 게 부담스러워졌고, 전자회사와 판매 매장들은 손님이 줄어서 울상입니다. 단지 통신사만 즐겁죠.
그러면 단통법의 이런 문제를 푸는 방법은 뭘까요. 간단합니다. 지금은 정부가 보조금 상한선을 정해줘서 통신사끼리 경쟁을 막고 있는데, 이 상한선을 없애면 됩니다.
대신 어떤 전화기에 얼마의 보조금을 줄지는 다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러면 소비자는 통신사가 벌이는 경쟁을 지켜보다가 더 싼 통신사로 옮겨가면 되고, 혹시 속았을 경우엔 보조금을 공개한 통신사에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저 혼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국회에서 법과 관련된 문제들을 연구하는 입법조사처에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단통법은 시장경제에 맞지 않다고 말이죠.
그리고 전 세계 선진국 중에 단통법 같은 제도가 있는 나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법을 만들었으니까 3년은 해본 다음 상황을 보자고 얘기를 합니다.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불필요한 규제를 풀기 위해 3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때쯤이면 LTE 다음 세대가 등장해서 또 한 번 보조금을 뿌려서 스마트폰을 바꾸게 하고, 요금은 올려받을 필요가 있어서일까요?
"단통법 1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출연: 김범주
기획: 임찬종
촬영: 김태훈
편집: 정순천
C.G. : 안준석
구성 : 이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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