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EU가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 이 사실을 알리는 표지 부착을 의무화한 새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로이터, AP 등 외신에 따르면 EU가 3년에 걸쳐 마련한 지침은 이스라엘 생산업자에 대해 요르단강 서안 등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한 제품을 EU에 판매하려면 원산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별도의 표지를 부착하도록 했습니다.
EU는 기존 법규정을 바꾸지 않고 명확히 한 기술적인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차별적이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노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EU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이스라엘 상품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EU의 조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유혈 폭력사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내려졌습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EU의 표지 부착 지침이 정착촌 정책에 대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려는 정치적 조치라면서 이스라엘 주재 EU 대사를 소환하는 한편 향후 수 주 동안 EU와의 외교적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을 공식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EU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수백건의 영토분쟁에 대해서는 유사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위선적이고 이중적으로 EU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EU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골란고원 등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땅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은 '메이드인 이스라엘' 라벨을 붙여서는 안 되며 정착촌에서 생산됐다는 별도의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는 것이 EU의 판단입니다.
유대인 정착촌에 대해 EU는 국제법에 의거해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하나로 작용해왔습니다.
라르스 포보르-안데르센 이스라엘 주재 EU 대사는 표지 부착이 "원산지 표시이지 경고용 라벨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벨기에, 덴마크는 이미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계곡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채소에 대해 별도의 표지를 부착하고 있으나 EU의 지침 발표로 EU 28개 회원국 모두가 표지 부착 조치를 취하게 됐습니다.
표지 내용에 대해서는 EU의 언급이 없지만 유럽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유대인 정착촌에서 생산되는 상품에는 정착촌을 의미하는 'settlement'라는 표지를 부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U는 상품 원산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만약 정착촌의 생산자가 표지 부착을 거부하면 유럽의 소매업체가 자체적으로 표지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EU의 조치로 연간 약 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76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포도, 대추야자, 와인, 가금류, 꿀, 올리브유, 사해의 광물질을 원료로 하는 화장품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표지 부착으로 영향받는 상품은 정착촌의 연간 상품생산액의 20%에 달하지만 이스라엘과 EU 간 연간 상품과 300억 달러에 달하는 서비스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한편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농민과 와인 생산업자들 가운데 일부는 EU의 규정을 피하려고 러시아와 아시아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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