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온 번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학 번역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이 주관하는 제13회 한국문학번역상과 한국문학번역신인상 수상자들이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식당에서 모였습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 문학의 매력과 번역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번역가들은 한국 문학 작품의 번역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이탈리아로 번역한 안드레아 데 베네디띠스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조교수는 "소설 속 대화에서 사투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탈리아에는 사투리가 없어 이를 어떻게 옮겨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번역한 김영하 소설은 1980년대 역사적 장면이 많이 나온다"며 "각주를 달지 않고 이를 전달해야 하니 답답한 면이 많았다. 전반적인 문체를 살리는 것도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네디띠스 교수는 10년 전부터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황석영의 '한씨연대기', 김영하의 '빛의 제국' 등을 이탈리아로 옮긴 베테랑 번역가입니다.
그에게 이번 공모에 김영하의 작품을 택한 이유를 물으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다. 제 번역을 통해 이탈리아에 김영하의 독자가 생기고, 인지도가 높아졌으면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태연 씨는 고(故) 쥬느비에브 루-포카르 전 파리3대학 교수와 함께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를 공동 번역했습니다.
이 씨는 "한국어를 불어로 옮기다 보니 가장 어려운 것이 의성어였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는 "의성어를 가급적이면 살려주고 싶은데 그러면 불어에서는 만화 같은 표현이 된다"며 "또 한국어는 반복적인 표현이 많은데 불어는 반복을 싫어한다. 그런 면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은희경의 '금성녀'를 영어로 소개해 신인상을 수상한 캐나다 출신 쥴리앤 켈소 씨는 "호칭이나 촌수 같은 개념을 원어민들한테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반말과 존댓말도 섞어서 나오는데 누가 말하는 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문맥을 이해하는 데 힘들었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정이현의 '영영, 여름'을 중국어로 옮겨 역시 신인상을 탄 장리리 씨는 "말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행간에 담겨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작가가 무슨 말을 전달하고 싶은지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수상자들은 한국 문학의 매력은 모두 인정했습니다.
정이현의 '영영, 여름'을 일본어로 번역한 아즈미 준꼬 씨는 한국문학번역상에 7번 응모해 처음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 고등학교 행정직원으로 일하며 20년 동안 한국어를 독학했습니다.
그는 "많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 문학작품을 읽으며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쥴리앤 켈소 씨는 "한국 문학이 뛰어난 건 인정하지만 캐나다에서 한국 문학 책은 인기가 많이 없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는 이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제가 있는 토론토 대학에서 한국 문학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사투리, 높임말, 반말 번역하기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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