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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성지순례 참사 놓고 날선 비난전

"사우디 하지 관리능력 없어" vs "왕실 더럽히려는 '이란 음모설'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에서 발생한 참사를 놓고 사우디와 이란이 날 선 비난을 주고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시아파의 맹주 이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사흘간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이번 참사의 책임을 사우디 정부에 돌리는 성명을 내놨다.

하메네이는 성명에서 "하지(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순례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슬픔에 빠졌다"면서 "사우디 정부는 이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사우디 정부의) 실수와 부적절한 행동들이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신랄하게 공격했다.

최소 719명이 숨지고 863명이 다친 이번 압사 참사에서 이란인 13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란은 사우디는 하지를 수행하고, 메카와 메디나에 있는 성지를 지키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줄곧 펼쳐왔다.

이에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이란인 순례자들이 성지에서 시아파 구호들을 외치면서 분파적 증오를 자극했다고 맞받아쳤다.

나아가 순례자들을 살해해 사우디 왕실을 더럽히려는 '이란의 음모'설도 있다고 반격했다.

아직 까지 이번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목격자들은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두 흐름의 순례자들이 뒤엉키면서 패닉 상태가 초래됐다고 전했다.

한 이란 언론은 이란인 순례자들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 왕자와 수행원들을 위한 차로가 보안상의 이유로 갑자기 변경되면서 순례자들과 경찰들이 큰 혼란에 빠지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다.

그러나 칼레드 알팔레 사우디 보건장관은 일부 순례자들이 순례 행렬의 분산을 위해 정해놓은 순례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는 "순례객들이 지시를 따랐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중앙위원회 위원장인 칼레드 빈 파이살 왕자는 압사 참사의 책임을 "아프리카에서 온 순례자들"로 돌리기도 했다.

참사 하루 뒤인 이날 이란 곳곳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사우디 왕가에 죽음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들을 든 모습이 현지 TV 카메라에 잡혔다.

이란 의회 상임위원회인 안보안보위원회 위원인 알레드민 보루제르디는 "짧은 기간 두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이는 사우디가 하지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라며 사우디를 헐뜯었다.

하지를 수행하는 이란인 순례자들이 시아파 구호를 외쳐 사우디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곤 했는데 1987년에는 양측의 충돌로 이란인 순례자 약 300명과 사우디 경찰 85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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