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서러움을 삼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둥지를 튼 새터민이나 고향이 이북인 실향민,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 등이 그들이다.
2012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김인숙(41·여)씨는 "추석 같은 명절이면 북한에 남은 가족들 생각이 더 간절하다"며 씁쓸해했다.
김씨는 "추석이면 내가 음식을 준비하고 오빠와 함께 아버지 산소에 올라 차례도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는 오빠 혼자 제사를 지내겠거니 생각하니 죄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 와 사기를 당하는 등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는 김씨는 "갇힌 사회에서 살다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는 않았다"며 "힘든 일이 있으면 명절에 친척을 만나 하소연도 하고 도움도 구했는데 그러지 못해 더 외로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13년 양강도에서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이설희(28·여)씨도 "어머니와 가족들이 아직 다 양강도에 살고 있는데 연락할 수도 없고 외롭다. 당연히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형편에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홀몸으로 온 이씨는 "추석에는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다"며 "추석에 아르바이트나 하며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터민 장 모(46)씨도 한국에 들어온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명절이 되면 고향이 있는 북녘땅으로 고개가 향한다.
한국에 안착하고 어머니를 비롯한 직계 가족을 데려와 함께 사는 덕분에 다른 새터민보단 그나마 명절이 덜 쓸쓸한 편이다.
그러나 탈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북한에서 세상을 떠나신 게 항상 마음에 짐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가 북에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은 뒤 한동안 명절이 되면 임진각을 찾아가 하염없이 울다 오곤 했어요. 어머니라도 함께 계셔 다행이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귀향 본능이 있는지 고향 생각이 늘 납니다."
북한에서는 고기 같은 음식이 넉넉지 않아 명절에 성묘하러 가면 크게 상을 차려놓고 마치 '특식'처럼 먹는다고 한다.
그는 "떡과 고기, 술 등을 서로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는 명절 풍경은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휴전선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들도 추석 때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함경남도 북청군이 고향인 김경재(84)씨는 "이젠 고향에 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가 많지도 않지만 그래도 명절이 되면 또 마음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추석만 되면 흥남철수 때 생이별을 한 부모님이 떠오르고, 북한에 사는 누이동생과 사촌 동생 생각도 난다는 것이다.
김씨는 명절 때면 고향에 가는 대신 경기도 포천에 간다.
포천에 있는 공동묘지에 북청 출신들이 많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동향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동향 사람들을 만나면 '그때 너희 아버지가 이러이러했다', '그때 고향이 이랬다' 등 옛 이야기를 나눈다"면서 "서로 만나 술도 마시고 옛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 풀린다"고 말했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도 타국에서 보내는 낯선 명절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15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외국인인력센터에서 자신과 비슷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돕는 스리랑카인 프레마 랄(45)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단 명절뿐 아니라 항상 어느 정도 외롭게 살고 있다"며 "이곳에서 명절을 맞으면 고향에 있는 아내와 어머님 생각이 더 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회사가 쉬지 않는 경우도 많고, 비행기 표 값이 비싸 체류기간 만료 때까지 한 번도 안 나가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조합의 우다야 라이 위원장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2∼3일 정도 쉬지만 농사를 짓거나 양계장에서 일하는 경우는 하루도 못 쉬는 경우도 많다"며 "쉬는 날에는 같은 지역 출신끼리 모여 추석을 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추석을 맞아 지방자치단체나 종교단체 등이 마련한 추석 행사에 참석하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24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는 서울시가 주최한 '외국인 주민과 함께하는 한가위 한마당'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외국인들은 전통 떡 만들기, 한복 체험, 퓨전 국악 밴드 공연 등을 즐겼다.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도 26일 서울대공원 분수대 광장에서 서울 시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동물원 나들이 행사를 연다.
널뛰기, 제기차기 등 한국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되고 이주민을 상대로 무료 진료와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다들 잘 계시나요? 보고 싶어요' 추석이 더 외로운 사람들
새터민·실향민·외국인노동자 등 고향에 못 가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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