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지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는 명절 추석.
그러나 직업 특성상 휴일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한 이들은 이번 추석에도 '으레 그렇듯' 일터에 몸을 두고 서운함을 달래야 한다.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운행하는 기관사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명절이라고 해서 지하철이 운행을 멈추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동작승무사업소 소속 민용기(58) 기관사는 추석 당일(27일)을 낀 26∼28일 모두 근무가 잡혀 충북 옥천에 있는 고향집 방문은 꿈도 못 꾸게 됐다.
민 기관사는 25일 "작년에는 그래도 운이 좋아서 연휴에 하루 휴무가 잡혀 고향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아예 휴가를 쓰려 해도 그마저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해야 해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근무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일이 잦다 보니 그의 부모님도 이력이 난 나머지 딱히 서운해 하시지는 않는다며 민 기관사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1년 365일 교대근무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28일 주간근무, 29일 야간근무가 걸린 박봉호(59) 서울 금천경찰서 금천파출소 2팀장은 고향 전북에 올해에도 내려가지 못한다.
그는 "경찰 근무 30년간 제대로 명절을 챙겨본 적이 없어도 해가 바뀌면 또 고향 생각이 난다"며 "그래도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항상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 경찰의 업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울시내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김 모(37) 순경은 세 아이를 둔 아빠지만 경찰에 임용된 지는 2년밖에 안 된 신참이다.
2년 내내 명절마다 가족과 있기는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주취자 난동이나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김 순경은 "매번 명절 가족모임에 못 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라며 "남들 쉴 때 경찰이 더 바쁘고 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올 추석에는 국민 모두 화목하게 지내 가정폭력으로 출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배진호(44) 서울 광진소방서 소방장도 "명절에도 교대근무해야 하는 소방관치고 명절 다 찾아 먹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혼한 지 18년째인데 아내가 명절마다 남편 없이 시댁에 가 일하다 오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체 직원들이라고 명절에 다 쉬는 것은 아니다.
국내 한 대기업 전산팀에 근무하는 김 모(29)씨는 전산시스템이 정상으로 작동하는지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연휴에도 출근해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사용하는 다른 부서 직원들이 있어, 그도 회사에서 대기해야 한다.
김씨는 "이번 추석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월요일과 화요일 모두 출근한다"며 "재작년 말 취업하고 나서는 명절에 한 번도 고향에 간 적이 없어 집에서 불효자로 구박받는 신세"라고 말했다.
명절에 쉬지 못하는 것 자체는 힘든 일이지만, 자영업자 가운데는 오히려 '명절 틈새시장'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9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는 하 모(54·여)씨는 "재료를 그냥 두면 상해버리니 어떻게든 영업을 계속 해야 하는데, 명절 때 영업하면 다른 식당에 가던 손님들이 우리 가게로 몰린다는 이점도 있다"며 "이 재미에 여태껏 명절에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마음만 고향에…우리는 추석에도 일합니다"
지하철 기관사·소방·경찰관, 교대근무에 귀향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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