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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슬림 논란…보수 기독교 미 정치인의 '이중잣대'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 이후 미국의 여름은 동성결혼 옹호론자와 종교적 신념으로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을에 접어들자 미국 정계의 '종교적 신념' 의제는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무슬림 논쟁'으로 바뀌었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21일(현지시간) 종교적 신념 이슈에서 무슬림으로 화제를 돌린 보수 기독교 정객들의 시선을 정리하고 이들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이 잡지의 중심 주장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증)를 부추기는 보수 정치인들이 오로지 기독교만의 종교 자유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켄터키 주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 부부의 결혼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일약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차기 미국 대통령을 위한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같은 이들이 공개로 데이비스를 옹호했다.

빵집 주인, 꽃 가게 주인 등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지만, 유독 데이비스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연방대법원의 명령을 집행해야 하는 공공 기관의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일부 주(州)가 소매점 상인들이 종교적인 신념을 들어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도록 사실상 보장하는 취지의 '종교자유보호법'을 제정했을 때 보수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법에 찬성했지만, 인권단체와 재계의 거센 압력에 입법이 난항에 부닥치자 이들은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이익단체의 힘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공무원의 법 집행과정에서 법과 종교적 신념이 충돌하자 보수 정치인들은 데이비스를 앞세워 공무원의 신념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공화당 경선 여론 조사에서 2위를 달리는 신경외과 전문의 출신의 흑인 정치인 벤 카슨은 "데이비스가 법원 서기로 선출된 2014년에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존재하지 않았고, 만약 대법원의 판결이 그렇게 나왔다면 그는 출마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 (신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데이비스를 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적 신념 논쟁이 사실상 법을 따르라는 쪽으로 귀결되자 보수 기독교 정치인들은 무슬림으로 화제를 바꿨다.

공화당 경선 여론 조사 1위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7일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는 한 지지자의 주장에 "맞다"고 동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카슨 역시 "무슬림이 미국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무슬림 단체로부터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조립한 시계를 학교에 가져갔다가 폭탄 제조 용의자로 오인 받은 고교생 아흐메드 모하메드(14) 사건과 미국 정부의 시리아 난민 수용 확대안 발표가 맞물리면서 이슬라모포비아는 다시 정쟁의 주제로 떠올랐다.

트럼프와 함께 '막말'의 정치인으로 환상 궁합을 이룬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그게 시계면, 난 영국 여왕"이라면서 모하메드를 테러 용의자로 본 학교와 경찰을 옹호했다.

공화당의 피터 킹 연방 하원의원은 시리아 난민의 미국 유입 때 그 안에 반드시 테러리스트가 있을 것이라며 공포를 부추겼다.

'애틀랜틱'은 최근 무슬림 논란을 트럼프와 카슨 등 정치권 바깥 인사를 칭하는 '아웃사이더'들의 경계심에 가깝다고 보면서도 공무원의 종교적 신념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보수 기독교 정치인들이 유력 경선 주자의 주장에 동조해 국가 고위직 공무원의 종교를 사실상 기독교로 재단하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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