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을 때, 우리 군 당국은 대거 모습을 감춘 북한 잠수함들을 찾느라 혼쭐이 났었죠.
그래서 이때 정부는 북한 잠수함에 대응할 힘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었는데요, 대단한 대잠 전력이라도 도입되려나 기대했건만, 결과는 싱거웠습니다. 김태훈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최경환/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달 27일) : 최근의 북한 도발에 대응해서 DMZ 접경 지역의 전투력과 대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등 국방비 투자를 증액하는 한편….]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때까지 고작 열흘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당장 무슨 수로 대잠 전력 증강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걸까 어쩐지 좀 수상하긴 했습니다.
열흘 전 국회에 올라온 예산안을 확인해 보니 전체 3건에 145억 원이 신규 편성됐는데요, 모두 원래부터 해군이 익히 요구해왔던 항목들입니다. 애초 요구한 245억 원 중 100억이 삭감되고 일부가 받아들여진 것뿐입니다.
먼저 가장 규모가 큰 것부터 보면 장보고-3 사업에 95억 원이 들어가는데요, 이는 국산 3천 톤급 잠수함 4, 5, 6번 함을 위한 설계비로 이미 총 9척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열심히 진행되고 있는 해군의 기존 사업입니다.
다음으로 한국형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과 을지문덕함의 성능 개량비로 30억 원이 배정됐는데요, 각각 96년과 97년에 진수된 워낙에 노후한 배들이어서 안 그래도 몇 차례나 국정감사에서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이지스 구축함의 소나를 개량하는 비용으로 20억 원이 책정됐는데, 소나를 신형으로 바꾸면 잠수함 탐지 능력이 나아지는 게 맞긴 하지만, 마음먹고 대잠 증액을 선언한 것치고는 많이 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당시 정부의 발표로 불안에 떨던 국민들을 안심시켰을지는 몰라도 지금 와서 보니 안심할 일도 아니고 무엇보다 북한 잠수함 부대가 비웃을 일입니다.
물론, 북한에 맞서겠다며 허둥지둥 대잠 전력을 들여놔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허언을 해서도 안 되겠죠. 이번엔 말이 너무 앞선 것 같습니다.
▶ [취재파일] '北 잠수함 대응 전력' 투자 늘린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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