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62년을 기점으로 소련과 멀어지고 중국 측에 확연히 기울었다는 당시 미국 정부의 판단이 공개됐습니다.
이달 16일(현지시간) 기밀해제로 일반에 공개된 1961∼1969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 일일 정보보고 문건에는 중-소 분쟁에서 한동안 '줄타기'를 하던 북한이 친중 노선으로 선회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1962년 3월 16일 보고서는 공산 중국과 알바니아가 소련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담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표현으로 이런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간 북한이 양측의 편을 가르는 담벼락 위에 서서 어느 편으로 갈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어느 편을 들지 결정하려는 것 같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때까지도 소련과 연결된 끈을 놓지 않고 공군 전력 보강을 중심으로 한 군사 원조를 받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같은 해 5월 25일 보고서는 "북한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인상적인 수준의 군사력을 만들고 있다"며 북한의 공중 전력이 남한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당장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는 조짐은 없으나 "남반부를 해방시킨다"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만들어진 육상 및 공중 훈련들에 상당한 정도의 현실성이 주입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북한 공군은 소련으로부터 집중적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해 8월 30일 보고서는 "소련이 북한 공군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주 전에 소련은 최소한 11대의 IL-28 제트 경폭격기를 날려서 보냈다"라며 "이 공급이 이뤄지기 전에 북한은 80대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 비공개로 분류돼 삭제된 문구가 꽤 있어 미국이 이런 정보를 입수한 경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9월 27일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티토 수정주의'를 공격함으로써 중-소 이념 분쟁에 관한 나름의 의견을 밝혔다고 전하면서, "이는 베이핑(베이징의 옛 이름으로, 여기서는 중국 공산 정부를 가리킴)에서 틀림없이 잘 받아들여졌을 것이다"라고 관측했습니다.
이어 11월 12일 보고서는 그 전 달에 공산 중국이 그랬듯이 북한이 해외에 주재 중이던 대사들을 본국으로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쿠바와 인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점점 키워 왔다"고 평했습니다.
같은 달 20일 보고서는 "북한은 소련의 군사 원조를 계속 받아 왔으나, 지금까지 주도적이었던 (북한에 대한) 소련의 영향을 이제 중국이 대체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바로 전 해인 1961년에 소련과 중국과 각각 거의 동일한 상호방위조약들에 서명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소련과 중국을 상대로 등거리 외교에 노력하던 1년 전과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을 설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고서의 북한 부분은 앞의 두 문단이 삭제된 채 공개됐습니다.
현재 시점에도 민감한 군사·정보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이 포함돼 있음을 뜻합니다.
같은 달 말에는 북한이 확연히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정보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11월 27일 보고서는 "우리는 중-소 분쟁에서 어느 쪽 편을 드는 것을 피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해 온 북한이 이제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첫 표시들을 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11월 초에 소비에트 블록 국가들에 주재하던 북한 대사들 전원이 외교 정책 토의를 위해 본국으로 소환됐으며 그 후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폴란드·루마니아에는 새 대사들이 임명됐고 불가리아에는 북한 대사가 부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다음날 보고서에는 "조선(Korea·여기서는 북한을 가리킴)은 우리가 어제 시사했던 것보다 상당히 더 중국 편을 드는 쪽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김일성은 흐루시초프에 대한 개인적 공격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바로 뒤 내용은 삭제됐습니다.
12월 13일에도 북한에 관한 내용이 보고됐으나, 문단 전체가 삭제됐습니다.
1962년 12월 15일 CIA는 대통령에게 제출한 6페이지 분량의 일일 정보보고서의 첫 항목으로 북한 관련 정보를 다뤘습니다.
이 보고서의 첫 4분의 3 페이지를 차지하는 이 항목에는 '북한-소련'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보고서는 "소련은 여러 장치들을 통해 북한을 유혹해 중국으로부터 빼앗아 오려고 시도해 오고 있는 중이다. 체코 당 대회에서 비록 북한이 중국을 (최소한 소극적으로) 지지했지만 11월 말에 모스크바에 있었던 한국 대표단이 어떤 종류의 합의를 본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전했습니다.
바로 뒤에는 반 페이지 분량의 긴 내용이 있었으나 비공개 처리로 삭제됐습니다.
12월 21일 보고서에서 공개된 내용은 북한-소련, 북한-중국 관계의 변화에 관해 꽤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삭제가 있기는 하지만, 연속된 네 문단이 공개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 관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모스크바와 북한 사이에 진정한 불화의 표지일수도 있다"며 북한이 '주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소련 기술자들이 중국에서 철수한 후 중국이 내놓았던 반응과 유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소련에서 미그-21과 IL-28 등 군용기들을 받았으며 12월 초에 북한과 소련의 군부 지도자들이 나흘간 회담했으나 결과에 관해서는 얘기가 들려 오지 않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이는 1962년 말 북한이 중국에 급격히 기울자 소련이 군사 원조 등을 제시하며 북한을 달래려고 막판까지 시도했으나 실패했음을 시사합니다.
12월 22일 보고서는 미군 U-2 정찰기가 북한 영공을 침범했고 이는 '미국의 침략 계획'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북한 측이 공동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항의했다고 전하면서 "북한의 말투는 날이 갈수록 베이핑(공산 중국 정부)과 닮아 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북한, 1962년부터 중국으로 기울어…美 CIA 대통령 정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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