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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 "영어 구술시험 어려워"…캐나다 원정까지

조종사들이 국제선을 운항하려면 반드시 취득해야 하는 영어 구술시험이 너무 어렵다며 캐나다까지 원정시험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에 따라 2008년 3월부터 항공영어구술능력시험(EPTA·English Proficiency Test for Aviation)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국제선을 조종하려면 1∼6등급 가운데 4등급 이상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4등급은 3년마다, 5등급은 6년마다 재시험을 쳐야하고 6등급을 받으면 영구자격이 주어집니다.

2011∼2014년 1만410명(중복응시 포함)이 시험을 치러 조종사 7천212명이 4등급, 540명이 5등급을 받았으며 영구자격인 6등급 취득자는 36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국적기 조종사 16명이 ICAO 본부가 있는 캐나다에서 비행자격 증명과 함께 항공영어 6등급을 취득해 이를 한국 항공영어 6등급으로 전환받은 것으로 국토부에서 확인됐습니다.

이기일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 6등급을 받기 어렵고 계속 재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1인당 시험비만 최소 100여만 원을 들여 캐나다에서 영어자격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영어시험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캐나다로 가는 인원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조종사들은 말하기 평가 중 항공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 영어회화 문항이 너무 어렵고 회화 문항 점수가 당락의 변수가 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항공영어시험은 듣기 평가와 말하기 평가로 이뤄지는데 말하기 문항 중 43%는 조종사와 관제사간의 무선통신 내용이지만 나머지 57%는 일반 회화 방식의 문제입니다.

회화 문제는 예를 들면 '승객의 부상은 회항의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좌석 위 선반에서 짐가방이 떨어져 승객이 다쳤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식입니다.

2008년 시험 도입 후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집단은 경력 20년 이상 베테랑급 기장들입니다.

항공교신에는 익숙하지만 회화시험에는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1년 넘게 4급 영어성적을 갱신하지 않고 무면허로 조종하던 제주항공의 기장 A씨가 지난 5월 항공당국에 적발됐습니다.

64세의 A씨는 30년 이상 비행경력으로 그동안 항공교신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으나 영어시험에 7차례 응시했다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항공안전정책연구소와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국토부는 항공영어시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항공영어시험의 모든 문제를 ICAO 기준에 맞게 조종사-관제사 간 항공무선통신 관련 문항으로 구성하고 듣기 평가와 말하기 평가의 분리 등을 요구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기내에서 비상상황 발생시 조종사는 상황을 파악하고 영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종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니 개선이 필요한지 검토하겠지만 무엇보다 승객 안전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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