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서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의 '추천곡'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디지털 음원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생겨난 추천곡 제도가 음원 차트의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추천곡이란 음원사이트들이 차트 상단에 특정 음원을 노출하는 것으로, 추천 음원이 되면 순위 상승에 탄력을 받는다.
그로 인해 가요계는 이들 음원사이트를 운영하는 음반유통사가 자사의 제작·유통 음원에 치우쳐 추천곡을 선정한다는 불만을 표시해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8일 멜론의 추천 음원 4개 중 3개는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만든 것이라며, 사실상 추천 기능을 남용해 음원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차트 공정성 저해…"선정 안 되면 하루 만에 '광탈'"
물론 이는 비단 멜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엠넷닷컴, 올레뮤직, 지니, 벅스 등도 음원차트 상단에 추천곡을 내걸고 있는데 대부분 차트의 1위 음원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려놓아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현재 멜론에서는 하루 4곡의 추천곡을 선정한다.
4곡은 시간당 15분 단위로 돌아가 한 곡당 하루 총 24번 노출된다.
추천곡으로 걸리면 순위 상승에 유리하니 모든 기획사는 추천을 잡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추천이 가능한 날짜에 맞춰 음반 발매일을 미루기도 한다"며 "추천곡이 되면 그나마 차트 100위권에 진입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하루 만에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한다"고 토로했다.
추천의 위력이 커지다 보니 이들 음원사이트를 운영하는 음반유통사인 로엔, CJ E&M, KT뮤직 등이 자사에서 직간접적으로 제작 유통하는 음원을 노출하는데 높은 비중을 할애한다는 불만도 커졌다.
잇단 지적이 일자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청회를 열고 김민용 경희대학교 경영대 교수팀의 '온라인 디지털 음원 유통 시스템에 있어 추천 시스템의 구조 분석과 파급 효과 연구'를 공개했다.
김 교수팀은 추천곡은 51위에서 13위로 순위가 상승한 반면, 비추천곡의 순위 하락은 급격하게 이뤄지는 등 이 제도가 차트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더불어 멜론 추천곡은 로엔 음원이 56%, 엠넷닷컴은 CJ E&M 음원이 40%를 차지하는 등 음원사이트들이 추천 제도를 자사 유통 곡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2013년에는 문체부가 추천곡 삭제 및 별도의 추천 페이지 신설 등 추천곡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유도에 그쳤을 뿐 흐지부지됐다.
◇ 추천 제도가 유통사 권력…음원 제작유통과 플랫폼 사업 병행, 구조적인 문제도
멜론이 직격탄을 맞는 건 점유율 50%를 넘는 최대 음원서비스 사업자란 점에서다.
다시 말하면 멜론부터 추천곡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사이트의 동참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에서는 "멜론이 K팝 유통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어 그만큼 추천할 '킬러 콘텐츠'가 많고 영화나 출판 등 다른 분야도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니 비단 멜론의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가요계에서 멜론 차트가 현재 음원의 인기 척도이며, 다른 사이트에서 1위를 해도 멜론에서 1위를 하지 못하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니 기획사들은 로엔에서 음원 유통을 해 추천곡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여기는 실정이다.
로엔으로 유통이 몰리는 이유다.
최근 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 대표도 멜론 추천을 잡기 어려워 CJ E&M에서 로엔으로 유통사를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홍보 이사는 "업계에선 멜론 추천곡이 강력한 권력"이라며 "다른 곳에서 유통하더라도 멜론 추천을 잡아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조건이다. 추천곡 제도가 로엔의 유통 사업 힘을 키워주는데 일조했다. 폐지돼야 할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면에는 음원 제작유통과 플랫폼 사업을 병행하는 국내 음악 업계의 독특한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업계는 디지털 음원 시장 전환과 함께 음반 시장 전성기를 이끌던 대형 음반유통사들이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무너지면서 자본 논리로 진입한 대기업을 견제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여러 음반제작자는 "로엔과 CJ E&M이 음반 제작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든 건 기업형 대형 서점이 책을 출판하는 것과 같아 애초부터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아이튠스를 운영하는 애플이 돈이 없어 레이블 인수를 못 하겠느냐. 법적인 규제보다 도의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순위 상승? 광탈?" 추천곡 위력…"차트 왜곡, 폐지해야"
곡당 15분씩 하루 24번 노출…자사 유통 음원 홍보 수단으로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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