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뇌물 비리 의혹에 휘말린 오토 페레스 몰리나(64) 과테말라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법원에 자진 출두했다고 현지 방송들이 보도했다.
과테말라 검찰은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이 측근인 록사나 발데티 전 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수입 업체들에 세금을 덜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2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은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자정께 의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페레스 몰리나는 사임서에서 "깨끗한 양심으로 나를 둘러싼 의혹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며 "성실하게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법원에 출석한 페레스 몰리나가 법원의 구속 적부 심사에 응하는 가운데 현지 방송사들이 법원 안팎에서 생중계했다.
검찰이 이른바 '더 라인'(The Line)으로 명명된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데티가 370만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고 전·현직 국세청장을 포함한 30명 안팎의 공무원들이 체포됐으나 페레스 몰리나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8만여 건의 전화 감청과 6천여 건의 이메일 조사를 통해 이미 체포된 공무원들의 통화 내용에 부통령을 의미하는 'R'이나 대통령을 지칭하는 '그 분'등의 말들이 거론된 점 등을 들어 뇌물 고리의 '정점'에 페레스 몰리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페레스 몰리나가 구속된 전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책임자를 교체하라고 요구했고, 해당 인사 책임자도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된 점 등은 그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향후 페레스 몰리나의 돈세탁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과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가 합동 조사를 벌인 끝에 지난 4월 대형 세관 비리를 적발했다고 공식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군 장성 출신인 페레스 몰리나는 2011년 11월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정권을 꺾고 우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미국 워싱턴의 국방대학을 포함한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과테말라 프란시스코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도 받은 페레스 몰리나는 2000년 군을 제대한 뒤 애국자당(PP)을 만들어 2003년 총선에 출마해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첫발을 디뎠다.
2007년 대선에서 당시 알바로 콜롬 대통령과 맞붙어 40% 후반의 득표를 했으나, 2차 투표에서 패한 뒤 4년간 야당을 이끌었다.
그는 군에 재직하던 1982년 비무장 원주민 학살·고문사건에 가담한 의혹을 받으며 인권단체의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1996년 내전 종식을 위한 게릴라와의 협상에 정부 대표로 나서 평화협정을 맺은 주역으로 자부하고 있다.
의회는 이날 의장단 회의를 열어 사임서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페레스 몰리나의 사임서가 수리되면 헌법재판관 출신의 알레한드로 말도나도 부통령이 페레스 몰리나의 임기인 내년 1월까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과테말라는 오는 6일 차기 대통령과 158명의 의원, 338명의 자치단체장 등을 선출하는 총선이 예정돼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 정부의 수뇌부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운데 애국자당(PP)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유력 일간지의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정치 풍자가이자 코미디언인 FCN당의 '신예' 지미 모랄레스 후보가 25%로 선두를 달렸다.
이어 콜롬 정부 출신으로 변호사를 지낸 중도 우파 리데르(Lider)당의 마누엘 발디손 후보가 22.9%, 콜롬의 부인인 국민희망연대(UNE)당의 산드라 토레스 후보가 18.4%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뇌물 비리' 의혹 과테말라 대통령 법원 자진 출두
체포영장 발부되자 사임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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