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대권 도전자 가운데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TV 시청률까지도 장악했습니다.
인기가 상상 이상으로 치솟다 보니 방송사 경영진이 트럼프 모시기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NBC 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는 지난 16일 트럼프와의 인터뷰로 1년여 만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경쟁 프로그램인 ABC의 '디스 위크'(This Week)와 CBS의 '페이스 더 내이션'(Face the Nation)은 이에 화들짝 놀라 전화 인터뷰를 긴급 편성했습니다.
CNN도 트럼프 인터뷰를 황금시간대에 방영해 한달 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폭스 채널도 트럼프 인터뷰에서 평소보다 많은 22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들였습니다.
이달 초 폭스뉴스가 주최한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들의 합동 토론회도 사실 트럼프의 흡인력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토론회는 시청자 2천400만 명을 끌어들여 폭스뉴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으로 기록됐습니다.
리얼리티쇼에 오래 출연해 방송 특성을 잘 아는 트럼프가 기대대로 맹활약하자 방송 제작자들은 그를 큰 수익원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도 이런 상황을 예리하게 인식하며 상승세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를 통해 "다음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 참가하는 대가로 CNN에 자선기금 1천만 달러를 쾌척하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케이블 방송은 트럼프의 흡인력을 매우 높이 평가해 다른 후보들이 질투할 정도로 트럼프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CNN과 폭스뉴스는 오는 28일 트럼프의 앨라배마 주 유세를 보도하기 위해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에서 뺏습니다.
이들 방송에 트럼프의 돌출행동은 그대로 추가수익이 되는 형국입니다.
트럼프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인 메긴 켈리에게 여성 비하성 발언을 하자 해당 인터뷰는 바로 주요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도 트럼프가 나오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이 트럼프가 지난 6월 18일 이후 7차례 전화 인터뷰에 응한 MSNBC의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나오면 평균 시청자 수는 22% 증가했습니다.
지난 7월 24일에는 트럼프가 나오고서 몇 분만에 시청자 수가 무려 47%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잇딴 기행과 과격 발언으로 시작되는 트럼프의 이런 세몰이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니 시어 허핑턴포스트 편집국장은 "트럼프의 유세가 농담과 구경거리일 뿐이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런 것을 계속 중계하듯 보도하다가 결국 정당화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애초 트럼프와 관련한 기사를 연예면에서만 다루겠다고 선언했다가 트럼프의 지지도가 계속 오를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모닝 조의 진행자 조 스카버러는 트럼프가 실질적인 뉴스가치보다 과도한 평가를 받는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스카버러는 "사실 처음에는 누구도 몰랐지만 트럼프라는 인물 자체가 하나의 실재하는 이야기가 됐다"며 "트럼프가 더 오래 선두를 지킬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지율 1위이기 때문에 얻는 관심과 방송 해설자들에게 솔깃한 소재를 꾸준히 제공하면서 얻는 관심이 어떤 비율로 트럼프의 이런 상승세를 형성하는지는 불명확합니다.
방송업계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보먼은 방송가를 장악한 트럼프 열풍에 대해 "올 시즌 최고의 리얼리티쇼라는 압도적 이유가 있는데 그런 두 가지 이유를 굳이 따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트럼프, 지지율 이어 시청률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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